[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원톱’ 주연이라는 점에서 끌리기도 했지만 부담도 컸죠. 동료들의 격려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배우 박주현은 저예산 영화 ‘드라이브’에서 원톱 주인공으로 맹활약 했다. 영화는 트렁크에 갇힌 크리에이터가 1시간 사이에 6억5000만원을 벌어야만 살 수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했다.

박주현이 연기한 유나는 10분이 지나지 않아 트렁크에 갇힌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 트렁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트렁크 안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춘 감정 연기가 일품이다.

그뿐만 아니다. 구독자가 거의 없던 초창기 때 풋풋한 모습과 구독자 70만이 된 이후 이기적이고 못된 성격을 드러내는 모습,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과정 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첫 스크린 단독 주연작임에도 막중한 책임을 오롯이 견뎌냈다.

박주현은 “작품을 선택할 땐 두려움이 컸다. 지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폰부스’ 같은 패닉룸 스릴러, 레펀러스 일부러 안 봤다”

‘드라이브’에서 박주현은 유독 고생이 심했다. 약 70분 넘게 트렁크 안에 갇혀 연기를 해야 했다. 제작진은 실제 트렁크 크기의 세트를 만들었다. 움직이기도 힘든 비좁은 공간에서 분노와 공포, 두려움, 슬픔, 울분 등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매 순간 집중해서 연기하는게 배우지만, 이번 촬영은 특별했다.

“장소가 한정돼 있다 보니 감정과 액션이 통일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움직임은 정해놓지 않으셨어요. 그 순간에 제 감정대로 움직이라고 하셨어요. 관객이 제 모습을 잘 따라오길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남 일같이 느껴지지 않게끔 했어요. 영화 ‘폰부스’(2003)처럼 패닉룸 스릴러인데, 레퍼런스를 참고하면 따라 할까 봐 작품을 많이 보진 않았어요.”

트렁크 연기 외에도 박주현은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크리에이터 초창기 시절 순수한 이미지와 코믹 연기, 뛰어난 노래실력, 구독자가 많이 생겨나서부턴 돈에 집착하며 이기적이고 거만한 모습도 드러낸다. 연기 톤이 절제되고 설계가 잘돼 관객이 몰입할 여지가 많다. 박주현의 철저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대본마다 감정의 크기를 숫자로 써놔요. 적으면 10, 30, 많으면 70 이렇게요. 촬영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서,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제 방식대로 정해놓는 거예요. 실제로 찍다 보니까 예상대로 연기가 되지 않는 순간도 있었어요. 지금 하면 더 잘할 것 같기도 하고요. 현장에서 모든 스태프와 감독님이 믿음을 주셔서 힘을 많이 받았어요.”

작품에선 긴박한 카체이싱도 등장했다. 고속도로에서 후진으로 뒤에서 오는 차들을 피해 가는 장면이다. 위기를 벗어나려 트렁크를 연 유나는 엄청난 후진 카체이싱에 도망을 포기했다. 워낙 위험한 촬영이라 스턴트와 CG의 도움을 받았다.

“실제 촬영은 스턴트 언니가 했고요. 저는 크로마키에서 했어요. 안 그래도 스스로 확신 갖기 어려운 게 연기인데, 보이는 것도 없으니까 당황스럽더라고요. CG는 엄청난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좋은 연기가 나올 것 같아요.”

◇“‘배우라면 예민하라’는 김진민 PD의 조언 마음에 새겨”

평소 활기차고 발랄한 성격이지만 촬영 현장에서는 예민하게 있으려고 노력했다. 데뷔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촬영 당시 즐겁게 현장을 누비는 것을 본 김진민 PD의 조언 때문이다. 그 덕분에 캐릭터를 더 깊게 파고, 깨우치는 법을 알았다.

“저는 엄청 덤벙대고 긍정적인 편이에요. 실수도 잦아요. 완벽주의자로 사는 건 너무 피곤할 것 같아요. ‘인간수업’ 때 제가 스태프들과 편하게 잘 지내니까 PD님께서 ‘배우가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문제다. 더 예민해야 하고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봐야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이후에도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최대한 현장에서는 대본과 상황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래야 더 좋은 연기를 할 것 같아요.”

타이틀롤이나 첫 원톱 주연은 배우에게 큰 의미가 있다. 주인공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지, 상업성이 보장되는지 검증대에 오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자주 주어지지도 않는다. 용기를 갖고 ‘드라이브’에 임한 박주현은 감정이 복잡하다.

“작품 시작할 때 망설이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는 용기가 많이 필요했어요. 외강내유라서 강해 보이긴 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 다 마음에 걸려 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를 믿어준 선배님들과 제작진이 있어서 개봉까지 가능했어요. 어떤 평가든 달게 받으려고요. 그래도 관객들이 조금은 재밌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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