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저작권은 창작물의 독창성과 결과물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권리다. 방송작가의 저작권은 대본을 창작하는 작가들의 원고료, 그리고 해당 방송이 재방송 등을 통해 2차로 사용 됐을 때 발생하는 재방송료를 의미한다. 기존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만 존재했을 때는 작가들의 저작권이 존중받았다. 그러나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OTT시대가 도래하면서 작가들의 저작권까지 양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콘텐츠 흐름이 뉴미디어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작가들의 저작권이 인정받을 수 없게 되면 한국은 콘텐츠 OEM(주문제작방식) 생산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K콘텐츠의 중심인 작가들의 저작권이 글로벌 OTT에 침해당하는 사태를 집중 취재했다.

지난해 미국작가조합(WGA:Writer’s Guild of America)의 파업은 전세계 콘텐츠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워너브라더스는 ‘듄: 파트 2’ 개봉일을 연기했고, 소니는 ‘스파이더맨’ 후속작을 포기했다. 16년 만에 일으킨 WGA 파업(약1만1500명 참가)에 ‘75회 에미상’ 시상식까지 올해로 연기해야 했다.

미국 작가들은 왜 파업했을까. OTT 스트리밍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통적인 TV 드라마의 ‘재방송’ 개념이 사실상 사라졌다. WGA는 미국 제작사 연맹(AMPTP)과 ‘재상영분배금’이라는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재상영분배금’은 △에피소드 시간에 따른 수익 개선과 제작 규모에 따른 초기 보상금 명시 △해외 스트리밍 수익률 대폭 개선 △스트리밍 데이터 투명성을 약속하고, 미국 내 및 해외 스트리밍 총시간을 조합에 제공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작가조합이 공개한 ‘2023 합의각서 요약본’ 자료에 따르면 30분 에피소드를 집필하는 작가의 고료는 9031달러(1244만원), 1시간 에피소드는 1만6415달러(2262만원)를 받는다.

예산이 3000만 달러(413억원)가 넘는 스트리밍 장편은 기존 금액에 18% 인상된 10만 달러(1억 3784만원)와 함께 보너스로 4만500달러(5582만원)를 받을 수 있다.

해외 스트리밍에 따른 수익 역시 76%가량 인상됐다. 이는 지난 1월1일부터 적용돼 미국 작가들은 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한국이 제작한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 ‘오징어게임’의 경우 넷플릭스에 9억 달러(1조 2391억원)의 수익을 안겼다 제작비는 약 2140만 달러(294억원)로 알려졌다. 추정치대로라면 제작비 대비 4105%라는 막대한 수익을 올린 셈이다.

만약 한국제작진이 WGA처럼 ‘재상영분배금’ 계약을 맺었다면 대본을 집필한 황감독은 물론 주연배우인 이정재에게도 수익이 고루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와 ‘매절’ 계약(초기 수익만 받고 저작권을 넘기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막대한 수익 대부분은 넷플릭스 몫으로 돌아갔다.

이런 ‘매절’ 계약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출연한 서구권 배우들이 재상영분배금을 공개하면서 더욱 촉발됐다. 에미상을 휩쓴 시리즈 ‘디스 이즈 어스’ 주연 맨디 무어가 받은 금액은 0.81달러(1115원), ‘오렌지 이즈 더 블랙’ 배우 키미코 글렌은 45회 출연에도 27.3달러(3만 7603원)밖에 받질 못했다.

유럽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법 개정을 통해 작가들의 권리를 인정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 2019년 글로벌 OTT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디지털 단일 시장에 대한 저작권 지침’을 각 회원국의 저작권법에 반영하게 했다. 일본도 IPTV처럼 인터넷을 통한 송신이 발생하면 기존 방송과 구분된 저작권료를 방송작가에게 주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입법 공백’ 상태인 한국도 뒤늦게나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4일 영상물 보상 상생협의회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유인촌 장관은 “영상산업계 전반이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한다”며 창작자, 제작사, 플랫폼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했다.

22대 국회에서도 각종 법안이 나올 예정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총7개 법안이 발의됐으나 폐기된 바 있다. 정재홍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창작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창작 콘텐츠 생태계가 무너지게 된다. K콘텐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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