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황혜정 기자] “주사 잘 맞았나?”

1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4 KBO리그 KT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경기 전 브리핑을 마친 KIA 이범호 감독 눈에 한 선수가 들어왔다. 바로 유격수 박찬호.

이 감독은 박찬호에게 “왜 훈련하러 나왔나. 주사는 잘 맞았나”라고 말을 걸었다. 손목 부상 이후 꾸준히 손목 주사를 맞고 있는 박찬호는 “훈련하는 거 아니다. 잘 맞고 있다”고 하자 이 감독은 “어제 내가 번트로 타율 관리 시켜줬다”며 농담을 건넸다. 박찬호는 지난 16일 KT전에서 5회초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 작전을 수행, 성공했다.

3월과 5월에 4할 가까운 타율로 훨훨 날아다닌 박찬호가 요새 주춤하다. 박찬호는 최근 타격 사이클이 침체돼 최근 10경기 타율 0.220, 최근 4경기 타율 0.083(12타수 1안타)로 저조하다. 이 감독은 “(박)찬호가 체력적으로 힘이 부친 것 같다. 컨디션이 안 좋아 9번으로 내렸다”고 했다. 박찬호는 이날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한다.

박찬호에게만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낸 게 아니다. 내야수 홍종표와 박민이 지나가자 박민에게 “어제 (7회 나온 홍)종표의 호수비처럼 잘 할 수 있겠나”라고 놀리며 말을 건넸다. 이 말을 들은 홍종표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고, 박민도 “잘 할 수 있다”며 의욕을 다졌다.

KIA 소크라테스는 이 감독의 코치 시절과 감독이 된 지금 전혀 다를게 없다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감독님은 코치 시절과 다를게 없다. 잘 할 때나 못할 때나 항상 ‘너를 믿는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그 믿음이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초보 감독’인 이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KIA를 리그 1위로 이끌고 있다. 4위까지 승차가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이지만, 적재적소에 투수를 바꾸고 선수 컨디션과 상황에 맞게 타순을 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감에 의존하지 않고 교체 이유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근거 있는’ 야구를 한다. 경기 중에는 냉철하지만, 경기 전후엔 선수들에게 형처럼 다가가는 ‘형님 리더십’을 발휘한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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