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음성=장강훈 기자] 올해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골프 선수는 노승희(23·요진건설)다.
노승희가 16일 충북 음성에 있는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 남동코스(파72·6754야드)에서 열린 DB그룹 제38회 한국여자골프 선수권대회(총상금 12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바꿔 1타를 줄였다.
첫날 4언더파 68타 공동 선두로 출발한 그는 대회기간 동안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로 생애 첫 챔피언에 올랐다. 단독선두로 출발한 최종라운드에서 2번홀(파4) 더블보기로 주저앉는 듯했지만, 4번(파4)과 6번(파3) 홀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낚아 바운스백에 성공하더니 끝내 정상을 지켜냈다.
“다른 선수가 우승할 때 물 뿌리고 축하만 해줬는데, 세례를 받은 건 처음이다. 너무 기분좋다”며 환하게 웃은 노승희는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에서 챔피언이 돼 더 영광이고 기쁘다”고 말했다.
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회원이 된 그는 2020년부터 정규투어에서 활동했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그는 “3년 차까지는 시드 유지가 목표였다. 지난해 성적이 괜찮아서 나도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우승하는 건 아니므로 꾸준히 톱10에 진입하는 등 성적을 내야 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인 때 51위였던 상금랭킹 순위가 45위 46위를 거쳐 지난해 2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는 이 대회 전까지 상금랭킹 13위에 평균타수 9위(70.4타)에 오를 만큼 경기력이 성장했다. 그리고 생애 첫 우승을 ‘내셔널타이틀 대회’에서 차지했다.
“나보다 더 우승을 바라셨을 부모님께 트로피를 선물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눈시울을 붉힌 그는 “한 번 우승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아닌 꾸준히 반짝이는 선수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선수는 ‘내셔널타이틀 홀더’가 되기 충분하다. 노승희는 2015년 박성현 이후 9년 만에 한국여자오픈에서 첫승을 따낸 선수로 이름을 올렸고, 2006년 신지애 이후 16년 만에 와이어투와이어로 내셔널타이틀홀더가 된 선수로도 기록됐다.
한국여자오픈은 2011년부터 4라운드 대회로 바뀌었으므로, 72홀 스트로크플레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노승희가 처음이다.
우승상금 3억원을 받아 단숨에 상금랭킹 2위로 올라서는 등 한 번의 도약으로 많은 것을 이뤄낸 노승희다.
올해 한국여자오픈이 더 눈길을 끈 것은 노승희처럼 쉼없이 땀흘리는 선수를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타이틀스폰서인 DB그룹과 주관사인 대한골프협회(KGA)는 사용하지 않는 서코스 일부를 드라이빙레인지와 연습그린 등으로 탈바꿈시켰다.
페어웨이 랜딩존 평균 폭을 25m 이내로, 그린 주변을 포함한 러프 길이를 30㎜(A컷)와 45~55㎜(B)컷 등으로 설정해 매우 까다롭게 레이팅했는데, 그린스피드까지 3.5 스팀프m 이상으로 준비하기 위해 애를 썼다. 좁은 페어웨이와 깊은 러프, 유리그린 등으로 내셔널타이틀 자격자를 가린 탓에 많은 선수가 실수를 연발했다.
까다로운 코스에서 자신의 진짜 실력을 확인한 선수들은 뙤약볕에서 라운드를 마친 뒤에도 드라이빙 레인지와 연습그린에서 해가 저물때까지 훈련했다.
KGA 관계자는 “한국여자오픈은 대회 목적이 국내 최고 여자선수를 정하는 내셔널 대회다. DB와 레인보우힐스CC가 이 취지와 목적을 적극 지지해준 덕분에 잔디타석으로 된 드라이빙 레인지와 벙커, 러프가 함께 있는 연습그린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KLPGA투어가 열리는 골프장은 제대로된 연습장이 없는 곳이 너무 많다. 국내 선수들의 국제경쟁력 약화 원인을 짚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어쨌든 선수들은 다양한 환경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을 익혀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나흘간 1만명도 찾지 않아 흥행에는 실패한 대회이지만, 선수를 위한 진정한 배려가 무엇인지, 이를 자양분 삼아 성장해 내셔널타이틀홀더가 된 노승희의 스토리가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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