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롯데 3세’ 신유열 시대가 시작됐다. 26일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도쿄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유열 전무의 사내 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신 전무는 한국과 일본 지주사 모두에서 각각 임원직을 맡게 된 것. 후계 1순위인 신 전무의 본격 승계작업이 시작된 모양새다.

반면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이번 주총에 제안한 자신의 이사직 복귀와 신동빈 이사 해임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경영 복귀 ‘10수’라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신동주 회장은 이번 주총 결과를 두고 “시대 역행하는 주총 결과에 강한 우려”라며 비판에 나서고 있으며, 롯데홀딩스는 신동주 회장이 준법 경영 위반 사실과 맞닿아 있어 불신한다며 강하게 대응했다.

이에 따라, 신 전무의 승계에 잡음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 롯데 “신유열, 경영 전반에 지식·경험 풍부”

롯데홀딩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 결과를 언론에 배포하며, 신 전무의 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롯데홀딩스 관계자는 “신유열 신임 이사는 노무라증권에서 경험을 쌓고 재직 중 컬럼비아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한 후 롯데에 입사했다”며 “롯데파이낸셜 대표로 금융시장에 대한 조예가 깊고, 롯데홀딩스 경영전략실을 담당하는 등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역임하며 역량을 발휘해 이사 후보로 추천됐고, 이번 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됐다”고 덧붙였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이자 한일 롯데의 핵심 기업이다. 현지에 롯데시티호텔, 롯데벤처스재팬, 롯데서비스, 지바롯데마린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주요 주주로는 1대 주주인 일본 광윤사(28.14%)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10.65%), 임원지주회(5.96%), 신동주 회장(1.77%) 등이다.

◇ 경영 복귀 시도 ‘10전 10패’ 신동주

이날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회사 측 3개 안건은 승인됐지만, 신동주 회장이 2016년 이후 총 10번의 주총에서 제안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롯데홀딩스 측은 “광윤사(롯데홀딩스 지분 28.1% 보유)만으로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요원함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강조하며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신동주 회장을 주주와 임직원들이 신 전 부회장을 불신하는 이유가 있다. 그의 준법 경영 위반 사실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홀딩스 측은 “신 전 부회장은 2014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일본 롯데 이사직에서 연이어 해임된 후, 각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법원은 그의 해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신 전 부회장이 경영자로서 부적격하고 준법의식도 결여되어 있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해당 재판과정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이사진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법 수집 영상 활용을 근간으로 하는 ‘풀리카(POOLIKA)’ 사업을 강행했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 이메일 정보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서 엄중한 경제 상황 속 기업 경영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 발목잡기 행위를 이제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며, 신동주 회장을 저격했다.

신 전무는 신동주 회장의 거센 비판에도 지속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 전무는 이달 초 롯데지주 지분 0.01%(주식 7515주주)를 확보해 주주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으며, 한일 롯데 계열사에서 대표에 오르거나 주요 보직을 맡으며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신동주 “신유열, 능력 검증 됐나?”

신동주 회장은 지난 24일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 신 전무의 이사 선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고, 직접적인 비판에 나섰다. 갈등이 지속된 배경이다.

신동주 회장은 당시 “13년간 국내 5대 그룹 자리를 지킨 롯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계 순위 6위에 머무르는 등 그룹 전체가 침체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오랜 세월 회장직을 지낸 신동빈 회장의 경영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26일 신 전무 사내 이사 선임건이 결정되자, 신동주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도 롯데 측은 롯데그룹 위기 상황과 관련된 사전 질문에 상황 타개를 기대할 만한 실질적인 답이 전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능력이 전혀 검증 안 된 신유열의 이사 선임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주총 결과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로서 위기 상황을 탈피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한일 롯데그룹 경영체제 쇄신에 대한 요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동주 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 방향성이 중요한 현시점에서 경영 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롯데가(家) 3세라는 이유만으로 신 전무가 이사에 선임됐다는 주장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신 전무가 롯데홀딩스 사내이사에 오르며 한일 롯데 지주회사 양쪽에 입지를 다지게 됐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사내이사는 회사의 중요 안건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참가한다. 이는 ‘경영 수업’을 받는 신 전무가 경영자로서도 목소리를 내게 됐다는 의미다.

이에 재계 관계자는 안타깝다고 전제하며 “신동주 회장이 지속해 우려를 제기한들, 롯데그룹은 이미 신유열 전무 밀어주기가 최우선”이라며 “순차적으로 롯데그룹의 승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 전무가 신동빈 회장 다음으로 롯데그룹을 이끌지 않겠나”라고 분석했다.

gyuri@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