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제2 클린스만 사태’가 다시 불거질 것인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난 뒤 5개월 가까이 공석 상태에 놓인 축구A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 과정을 두고 또다시 밀실행정 속 시스템 부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 고위 관계자는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주도하는 전력강화위원회 수장 정해성 위원장이 28일 구두로 사임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KFA 정몽규 회장이 공식적으로 사표를 받아들인 건 아니지만,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겸 기술총괄이사에게 사령탑 선임 작업을 맡겼다.

정 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임은 미스터리하게 비치고 있으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KFA 내부의 곪은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과 궤를 같이한다.

전력강화위는 지난 4개월간 10차례 공식 회의를 비롯해 화상을 통한 비공식 회의를 거치면서 새 감독 선임에 열중했다. 새 사령탑 선임 기준 등을 두고 애매한 태도로 비판 받았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최근 소수의 최종 후보군을 확정했다.

특히 지난 5월 제시 마쉬 등 주요 외인 사령탑을 후보군으로 뒀다가 협회 재정 문제 등과 맞물려 협상에 실패한 만큼 현실을 고려한 선택지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여기에 최근 KFA가 발표한 기술철학과 궤를 같이해 국내, 외인을 가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지도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정 위원장은 6월 마지막 주 내 전력강화위에서 정리한 국내, 외인 최종 후보자 면접과 평가를 종합해 정 회장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보고 직후 정 위원장은 돌연 사임 의사를 전했다. KFA 내에서도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이 입을 열지 않고 있지만 그가 심혈을 기울여 제시한 최종 후보자 평가와 정 회장 뜻이 어긋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빌미로 불협화음이 발생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력강화위 A위원은 “이럴 거면 왜 전력강화위를 운영하는지 모르겠다. 위원장도 이런 상황에서 더는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라며 “위원마다 감독 선임 과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도 내고 조사도 했다. 그 결과를 종합해서 보고했는데 속된 말로 ‘까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력강화위는 지난 협상 과정에서도 제대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해 무용론이 불거졌다. 자연스럽게 정 회장이 점찍어두거나, 감독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의 뜻이 관철된다는 시선에 사로잡혔다. 가뜩이나 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도 정 회장의 독단적 판단이 주를 이뤘다는 견해가 많았는데,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B위원은 “전력강화위원도 당연히 (후보자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다르지만 최선의 선택을 위해 견해를 좁히고 좁힌다”며 “이런 과정이 (윗선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면서 의도찮게 전체가 오해받는 것 같다.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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