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첫 피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코미디 같은 일”이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민희진 대표지만, 어도어 소속 그룹 뉴진스의 승승장구 속에서도 하이브와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9일 민 대표에 대한 첫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민 대표는 이날 오후 1시38분경 출석해 취재진에게 “사실대로 얘기하면 된다”며 “업무상 배임이 말이 안 된다”고 말하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조사 시작 8시간 후인 이날 오후 10시쯤 경찰서를 나온 민 대표는 “원래 오늘 조사를 받을 날이 아니었는데 제가 원해서 먼저 조사받았다. 성격도 급하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아서 당겨 받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민 대표는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배임일 수가 없는 일”이라며 “제 입장에선 코미디 같은 일이기 때문에 오늘 경찰 조사에서 잘 이야기했다”고 연신 밝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오늘은 중요한 이야기를 사실대로 전해서 속이 후련하다”라고 전했다. 하이브를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까지는 이야기할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갈등은 약 두 달 반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하이브가 지난 4월 22일 어도어 민 대표 등 경영진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해온 정황을 파악했다며 감사에 착수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탈취하는 계획을 수립해 어도어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고, 이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관련자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4월 26일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 혐의로 고발했다.

반면 민 대표 측은 하이브 측 증거는 왜곡됐고, 지분 구조상 경영권 탈취 역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민 대표는 “경영권 찬탈을 계획한 적도, 의도한 적도, 실행한 적도 없다”며 회사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기도하거나 실행에 착수해 배임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고발장 접수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입장을 공표하고 어도어 임시주총 소집에 앞서 하이브의 의결권을 제한해달라는 가처분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권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하이브는 민 대표 해임안으로 임시주총을 결의했으나 지난 5월 열린 재판에서 법원이 민 대표의 하이브를 상대로 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을 내려 민 대표는 어도어 대표직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당시 법원은 “민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는 했으나 구체적인 실행단계로 넘어가지는 않았다”면서 “이는 하이브에 대한 ‘배신’”이라고 판단했다.

대표직 방어에 성공한 민 대표는 이후 뉴진스의 컴백 활동에 집중, 지난달 뉴진스의 도쿄돔 팬미팅까지 성료시켰다. ‘뉴진스 맘’으로 불리며 멤버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온 민 대표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도 뉴진스 굿즈 티셔츠를 입고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뉴진스는 승승장구 중이지만 아직 민 대표와 하이브와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이라 불안요소는 여전하다. 민 대표가 먼저 하이브에 화해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하이브 측은 별다른 공식 입장 없이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이브가 민 대표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관련 고발을 취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논란의 여파는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향후 하이브 대응 또한 초미의 관심이 모인다. 하이브에서 계속해서 강경한 태도로 나온다면 민 대표의 사내 입지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이브의 민 대표에 대한 배임 혐의 고발 건이 검찰로 송치될지는 미지수지만 어도어의 실질적 경영권을 둔 민 대표와 하이브간 미묘한 알력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이자 그룹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이 민 대표에 대해 업무 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제기한 형사 고소건 역시 계속 진행 중이다. 아일릿 측은 민 대표가 자신들에 대해 근거 없는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며 민사 소송도 낸 상태다.

다시 시선은 수사기관으로 향한 가운데, 하이브와 민 대표의 갈등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주목된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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