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 기자]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울산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 홈경기 다음 날인 11일 선수단, 코치진과 작별인사를 했다. 이경수 수석코치가 13일 FC서울과 홈경기에서 감독 대행 구실을 한다.

울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복수 관계자는 이날 “홍 감독이 선수, 코치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애초 서울전까지 지휘봉을 잡으려고 했으나 광주전에 나온 팬들의 거센 야유 등이 선수단에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여긴 것 같다”며 “구단 관계자와 논의 끝에 광주전을 마지막으로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전은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대한축구협회(KFA) 발표 뒤 처음 열린 울산 공식전이다. 킥오프 15분여를 남겨두고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 쪽에서 “홍명보 나가!”라는 거센 구호가 쏟아졌다.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하다가 최근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겸 기술총괄이사의 제안을 받은 뒤 수락한 것에 팬은 일종의 ‘배신감’을 표현했다.

‘처용전사’는 시즌 중 떠나는 홍 감독을 향해 ‘피노키홍’,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거짓말쟁이 런명보’ 등 비난 현수막을 내걸며 야유를 보냈다. 홍 감독은 애초 서포터즈 쪽으로 걸어가 인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더 거센 비난 속에 벤치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울산에 17년 만의 우승컵, 그리고 지난해 구단의 사상 첫 2연패를 안긴 홍 감독으로서는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섭섭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결국 경기 중 선수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는지 기술지역으로 나와 지휘하지 않았다. 이경수, 조광수 코치가 도맡았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서포터스 쪽에서 인사를 할 때도 홍 감독은 뒤에 서 있었다. 그를 향해 또다시 야유가 나왔다.

애초 울산 구단은 서울전을 홍 감독 고별전으로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홍 감독 스스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광주전까지 지휘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울산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광주에 0-1로 졌다. 3연패에 도전하는 울산(승점 39)은 포항 스틸러스(승점 41), 김천 상무(승점 40)에 밀려 3위로 밀려났다. 홍 감독은 더는 지휘봉을 잡지 않는 게 울산에 도움이 되리라고 여겼다. ‘불편한 동거’가 된 것에 마침표를 찍고자 한 것이다. 구단도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홍 감독은 차주 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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