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하는,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으로 몸이 공중에 붕 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감각이 들어온 후 “억”하는 반응이 나올 때까지 한참 걸린 것 같았다.
그 감각과 반응 사이의 시간동안 눈에 들어온 것은 혼자서 굴러가는 자동차 바퀴 하나, 그리고 S자 곡선을 그리며 나아가다 난간에 한 번 부딪히고는 다시 쏜살같이 달려가는 흰색 자동차였다. 정말 1초도 걸리지 않은 듯한 그 순간이 마치 슬로비디오처럼 느리게 지나갈 줄이야.
몇 년 전 필자가 당했던 자동차 사고의 순간이다. 상황은 이랬다. 서울 용산구에서 심야영화를 보고 새벽 2시경 귀가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한강대교 북단에서 좌회전 신호대기 중이었다. 해당 도로는 중앙분리대 바로 옆에 버스전용차로가 있고, 그 다음이 좌회전차로다. 새벽이었던 만큼 버스전용차로는 완전히 비어있었고 필자는 좌회전차로의 가장 앞에 있었다. 신호가 들어왔고 필자는 차를 출발시켰다.
그 교차로는 굉장히 넓기 때문에 바로 핸들을 꺾어 좌회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느 정도 진행 후 좌회전을 해야 한다. 천천히 나아가서 막 좌회전을 시작하는 순간, 필자의 왼쪽에서 뭔가 번쩍하더니, 맹렬한 속도의 흰색 차가 필자의 차를 들이받고 지나갔다. 필자의 왼쪽이니 버스전용차로다. 당연히 승용차가 있어서는 안 되고, 그 차로는 직진차로니 좌회전 신호에 차가 나오면 안 됐다.
얼마나 강하게 부딪혔는지 필자의 차는 좌측이 완전히 들린 채 몇 미터를 이동했다. 차가 뒤집히지 않은 것이 정말 불행 중 다행이랄까. 서두에 언급한 혼자 굴러가던 바퀴는 바로 필자의 차 운전선 쪽 바퀴였으니 얼마나 강하게 부딪혔는지 상상이 될 것이다.
그 상황에서도 필자의 눈은 계속 사고를 낸 상대 자동차를 쫓고 있었다. 난간에 부딪혔던 흰색 자동차는 다시 속도를 내 한강대교 너머로 건너가 버렸지만, 평소 자동차를 좋아하던 필자는 이미 모델과 연식까지 파악한 상태였다.
잠시 뒤 사고 신고를 받은 경찰분들은 필자의 설명을 듣고, “안 그래도 음주 측정 거부 도주로 추적하던 차량”이라며 수배를 내렸고, 몇 시간 뒤 한강대교 남단 한 주택가 골목에서 차량도 찾고, 차 안에서 자고 있던 운전자도 체포했다. 음주운전, 신호위반, 음주측정거부 및 도주, 사고 후 뺑소니 등 자동차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범죄를 하룻밤에 저지른 사람이었다.
필자는 경찰서에서 간단한 사항을 진술한 후에야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아드레날린이 마구 뿜어져 나오다가 긴장이 풀리니 그제야 아프다는 것을 안 것이다. 며칠 뒤 자동차 수리 기사님께 들은 바로는 필자의 차가 조금 더 좌회전을 빨리 들어갔거나, 상대가 1초라도 늦게 충돌했다면, 운전석 문과 필자가 그 튕겨 나간 바퀴 꼴이 될 뻔했다고 한다. “차가 반파가 됐는데 어떻게 벌써 걸어다니냐”고 묻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필자의 피해는 막심했다. 당장 일주일 이상 수업을 할 수 없었고, 오랜 기간 공을 들였던 공부의 학위수여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필자 생애 처음 신차로 구입한 자동차는 1년 만에 차체의 절반이 날아가 수리를 했음에도 그 가치가 폭락했으며, 한동안 운전대만 잡으면 극도로 긴장하는 상태도 이어졌다. 이런 손해를 입었지만, 가해자는 필자에게 “미안하다”는 연락조차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필자에게 묻는다. “갑작스럽게 상대가 주먹을 날리거나 흉기를 휘두를 때는 어떻게 방어하나요? 호신술을 배우면 방어가 가능하긴 한가요?”라고. 그런데 우리는 정작 주먹이나 흉기보다 더 빠르고, 방어라는 개념 자체가 불가능한, 자동차가 갑작스레 달려들 수도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칼럼 초기에 강조했듯, 현대 사회에서는 길을 걸을 때 항상 주변을 잘 파악하며 다녀야 한다. 뭔가 움직임이 이상한 자동차가 있다면 재빨리 현장에서 벗어나거나 자동차의 빠른 돌진을 막아낼 수 있는 구조물 뒤로 이동해야 한다.
또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했다면 필자처럼 자동차가 반파되는 상황에서도 크게 다치지 않고 경상 정도로 그칠 수도 있다. 이렇듯 교통사고에 대한 호신법이 사람에 대한 호신법과 다르지 않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래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수많은 기계가 발명되고 활용되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는 정말 없어서는 안 되지만, 웬만한 전쟁에서 발생하는 사상자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매해 만들어내는 무서운 기계다.
최근 안타까운 자동차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좀 더 안전한 거리가 되도록 모두가 노력하고 조심해야 할 때다.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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