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제작할 프로그램이 없다. ‘추적60분’마저 보도본부로 보내면 이제 8층(시사교양국)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은 3개밖에 안 된다.”(김민회 PD)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위기를 맞고 있다. ‘더 라이브’가 하루아침에 폐지된 데 이어 ‘역사 저널 그날’이 MC 교체 논란을 겪다 무기한 방송 중단에 들어갔다. 여기에 ‘추적60분’마저 기자들이 있는 보도본부 이관이 예정되면서 제작진이 반발하고 있다.
‘추적60분’ 김민회 PD는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추적60분’이 보도본부로 이관되고 나면 시사교양국에서 ‘시사’를 떼고 ‘교양국’으로 격하해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이를 PD 길들이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려는 게 목적”이라며 “박민 사장 취임 후 폐지된 프로그램은 재방송으로 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적 60분’은 1983년에 시작된 대한민국 최초 탐사저널리즘 프로그램이다. 보도본부 이관은 지난 2010년 김인규 전 사장 시절에도 이뤄졌다. PD들은 당시 있었던 일의 반복이라고 주장했다.
김은곤 KBS PD협회 부회장은 “당시 보도본부 간부들이 데스킹 강화라는 핑계로 인터뷰 시간을 여야 간 초 단위로 비교하면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제작 자율성을 옥죄었다”며 “정권 비판적 아이템은 발제 단계부터 검열됐고, 취재와 편집 단계에서 수없는 난도질을 당했다. 이후 제작진이 징계를도 받았다. 다시 14년 전 과오를 반복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보도본부에서 ‘추적60분’을 만들었던 강윤기 PD도 목소리를 보탰다. 강 PD는 “당시 ‘추적60분’은 섬처럼 고립된 채 지냈다. ‘추적60분’ 오려는 기자들은 막았다.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 막말 동영상을 입수한 심인보 기자는 방송을 하지 못하게 막은 뒤에 쫓아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PD들이 만드는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정권이 적개심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역사가 또다시 증명하는 건 이게 가능하지도 않고, 또다시 실패할 것이다. ‘추적 60분’ 보도본부 이관을 그만두라”라고 주장했다.
KBS 이사회는 오는 17일 열릴 임시이사회에서 ‘추적60분’ 보도본부 이관을 포함한 조직개편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조직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추적60분’은 기자들이 있는 보도본부로 이동하게 된다.
조애진 언론노조 KBS본부 부본부장은 “사측에선 이번 조직 개편안에 대해 첫 설명 자료도 이사들에게 제대로 배포하지 않았다. 첫 임시이사회에서 의결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며 “피케팅 투쟁을 해서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겠다”라고 밝혔다.
KBS PD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특히 부장 이하 보직 간부 16명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보직 사퇴를 한 것으로 알려져 내부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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