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K리그1 ‘디펜딩 챔프’ 울산HD가 여름이적시장에서 내로남불식 행태로 비판받고 있다. FC서울과 트레이드 합의 직후 벌어진 일이다.

울산은 최근 서울에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를 내주고 왼쪽 측면 수비수 이태석을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원두재와 이태석도 유니폼을 바꿔입는 데 동의, 하반기 새 도전을 그렸다. 이태석은 지난 주말 서울 선수단과 인사한 뒤 짐을 싸 나왔다. 자연스럽게 17일 포항 스틸러스와 코리아컵 8강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울산이 16일 급제동을 걸었다. 울산 측은 “최종적으로 서명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양 구단은 트레이드건에 구두 합의했고 선수 개인 협상까지 끝냈다. 서울이 울산에 합의서를 전달한 가운데 울산이 최종 서명하지 않은 상태다. 법적으로 따질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구단 사정 및 선수 입장을 두루 고려해 시행하는 트레이드 합의를 한 구단이 일방적으로 철회하는 건 비상식적이다.

서울로서는 당장 훈련장을 떠난 이태석을 코리아컵에 활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트레이드 무산으로 선수 영입과 관련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얻을 심리적 충격도 크다.

무엇보다 울산이 제동을 건 가장 큰 이유는 팬의 반발이다. 울산에서 태극마크까지 단 원두재는 최근 상무에서 전역해 훈련에 합류했다. 울산 복귀전을 기대한 팬의 바람과 다르게 서울 유니폼을 입는다는 소문이 지난 주말 커뮤니티에 퍼졌다. 울산 소셜미디어 등엔 원두재를 보내려는 구단 행정에 강한 비판 메시지가 쏟아졌다.

여론을 의식한 울산은 김광국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긴급 회의했다. 원두재를 잔류시키는 쪽으로 선회했다. 서울은 김기동 감독 뿐 아니라 구단 프런트 모두 크게 당황했다. 공중에 뜬 이태석 뿐 아니라 하반기에 수비형 미드필더 보강 계획이 틀어질 상황에 놓인 것이다. 울산은 왼쪽 측면 수비진에 이명재가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부상에서 최근 회복한 심상민도 있다. 리스크가 덜하다.

김 대표이사는 16일 오후 원두재와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 끝에 서울행을 결심한 원두재는 이 자리에서 이적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김 대표이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울산을 향한 내로남불식 비판은 지난 겨울이적시장 사례 때문이다. 당시 수원 삼성에서 뛰던 고승범을 영입하는 데 양 구단이 합의했다. 그런데 직후 수원에 부임한 박경훈 단장이 고승범의 이적 조건 등을 두고 보류 조처했다. 이때 울산은 신의 문제를 언급하며 반발한 적이 있다.

이번 사태는 더 예민한 트레이드 합의다. 구단간 신뢰가 기본인 데, 울산이 일방적으로 철회하면 서울 뿐 아니라 타 구단에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 게다가 울산은 내년 K리그를 대표해 클럽월드컵 출전하고, 리그 3연패를 노리는 리딩 구단이다. 타 구단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이기적인 이미지만 풍긴다. 그보다 선수를 보낼 때부터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구단 위상에 걸맞은 행동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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