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 남원 = 이주상 기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그대는 성춘향, 나는 이몽룡이니 오늘 하루 마음껏 즐겨볼까.”
춘향가의 첫대목을 읊으며 정을 나누는 다정한 부부의 속삭임이 광한루원에 퍼진다. 전북 남원시에 있는 광한루원은 한국 고전소설의 백미 성춘향전의 무대다. 푸른 숲과 깨끗한 연못, 황금비율의 전각과 정자가 한데 어우러져 잠시 조선시대로 안내한다.
여행객은 대부분 커플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두 손을 꼭 잡은 연인들이 광한루원을 돌아다니며 ‘입맞춤’이 들어간 인증샷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THE 사랑의 도시.’가 캐치프레이즈인 남원에서의 하루는 사랑이 주제일 수밖에 없다. 연인들의 하루를 꽉 채워줄 남원의 여정을 소개한다.
◇ 광한루원
연인이 가장 먼저 찾은 광한루원은 조선 전기에 조성된 광한루의 정원으로 명승 제33호다. 춘향과 이도령이 만났다는 광한루가 있고, 광한루가 있는 정원을 통칭하여 광한루원이라고 한다. 광한루원은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가에 월궁을 상징하는 광한루와 지상의 낙원인 삼신산이 함께 어울려 있는 아득한 우주관을 표현한 한국 제일의 누원이며, 경회루, 촉석루,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에 속한다.
광한루원 안에는 광한루, 오작교, 완월정, 영주각, 월매집 등이 있다. 모두 춘향과 이몽룡이 사랑을 속삭인 곳이다. 연지에는 지상의 낙원을 상징하는 연꽃을 심고,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에 가로막혀 만나지 못하다가 칠월칠석날 단 한 번 만난다는 사랑의 다리 오작교를 연못 위에 설치했다. 오작교는 한국 정원에 있는 다리 중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광한루는 1419년에 지어 1597년 정유재란 때 불타 1626년 복원됐지만 오작교는 처음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 지리산 허브밸리
광한루원에서 사랑을 나눈 커플이 다음 행선지로 정한 곳은 광한루원에서 서쪽으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지리산 허브밸리다. 허브밸리는 2005년 재정경제부로부터 지리산 웰빙 허브 산업 특구로 지정받았다. 남원은 깨끗한 자연환경에 총 1300여 종의 허브가 자생하는 허브의 보고다.
22만평이나 되는 이곳에서는 허브를 이용한 식품, 대체의학 제품 등의 다양한 허브제품과 친환경 허브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남원 허브밸리에는 허브를 테마로 한 볼거리, 즐길거리, 체험거리가 가득한 허브 테마파크와 허브꽃 따기, 허브차 만들기, 허브향 초 만들기 등 허브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허브 체험관광 농원이 마련되어 있다.
◇ 정향채(瀞香砦)의 하루
향기만 맡아도 기운이 솟구치는 허브밸리지만 그래도 위장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는 참을 수가 없다. 커플들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정갈함과 정성이 가득한 ‘정향채의 하루’다. 허브밸리에서 동남쪽으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정향채는 ‘맑고 향기로운 울타리’라는 뜻으로 사찰식 전문 식당이다.
주인이자 셰프인 임명복 씨는 “불교를 모태신앙으로 음식 솜씨가 좋으신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다. 여러 사찰을 찾아다니며 시대적인 부분과 접목해 정향채의 사찰식, 자연식, 치유식의 기본을 만들었다”라며 정향채를 개업한 계기를 전했다.
여러 종류의 버섯과 밤, 대추를 넣어 만든 사찰식의 대표 음식인 버섯묵을 비롯해 버섯과 잣으로 만든 새송이버섯구이, 견과류와 채소류 등을 섞어 만든 채식 고기 음식인 콩고기 떡갈비, 새콤달콤한 소스로 토마토의 좋은 성분을 배가시킨 토마토 마리 네이드, 다이어트식인 두부면과 여러 종류의 야채로 균형을 맞춘 두부면 잡채 등이 정향채의 대표 메뉴다.
특히 약재물에 삼색현미, 찹쌀, 멥쌀, 콩, 호박, 대추, 잣 등으로 밥을 지어 연잎에 싼 연잎 보혈밥은 밥이 아닌 보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양만점이다.
연인에게 사랑스러운 눈으로 입맞춤하고, 연인에게 곱게 달인 허브차를 건네고, 연인에게 연잎 보혈 밥을 떠 먹여주는 ‘THE 사랑의 도시’가 남원이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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