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가수 최향은 적지 않은 방황을 겪었다. 전 소속사와 분쟁을 겪고, 사기까지 당했다. KBS ‘트롯 전국체전’, ‘트롯 매직유랑단’에 이어 ‘불후의 명곡’까지 출연해 자신을 알렸으나, 홀연히 사라진 건 이런 이유에서다.

고향 전북 익산으로 내려가 소소한 행사만 소화했다. 응원하는 팬과 가족 덕분에 마음을 다잡았다. 올해 초 TV조선 ‘미스트롯3’에서 부활을 알렸다.

“너무 힘들어 번아웃이 왔어요. 그때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죠. 하지만 그런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많이 단단해지고 마음을 내려놓을 줄도 알고 성숙해졌어요. 이런 경험조차 가수로서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도움이 되니까 고마울 따름이죠.”

요즘 유행하는 표현처럼 ‘최향적 사고’다. 실상 그는 대학생부터 결혼식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비롯, 치킨집, 패스트푸드점, 백화점 남성복 판매점 등 궂은일을 다했다. 한 지역방송사에서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결혼식 축가 아르바이트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가사가 아름다운 정인의 ‘오르막길’, 지아의 ‘물론’ 등을 불렀다. 눈물을 쏟는 신랑·신부와 가창력에 눈이 동그래지는 하객들 반응에 희열을 느껴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최향은 정통 트로트를 구사하는 젊은 가수로 꼽힌다. 실은 알앤비, 국악, 재즈,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 소화가 가능한 가수다. 최향은 “주로 진중한 노래를 불러서 그런지 30대 중반까지 본다”며 “29살, MZ세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2017년부터 약 2년간 국내 가요제에서 20개 상을 ‘싹쓸이’했다. ‘트롯 전국체전’(2021)에서 그의 노래를 들은 선배가수 김연자는 “출세하겠다”고 극찬했다. 최향은 “데뷔 50주년을 맞이한 대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셔 처음에 너무 놀랐고, 영광이었다”며 “선생님이 걸어오신 길에서 제 모습이 보여서 말씀 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배들의 칭찬이 도리어 독이되기도 했다. 주변의 시샘은 물론 보이지 않는 ‘텃세’에 속앓이했다. 트로트계에 혜성같이 등장했기에 나온 생각지 못한 반응이었다.

“KBS 출연이 끝나고 나니 제가 생각한 가수의 삶과 다르다는 생각이 밀려오더라고요. 괴리감에 방황이 길었죠. 세월의 풍파를 겪다 보니 성숙해진 거 같아요. 30대엔 대운이 오겠죠?”

신곡 ‘보통여자’, ‘싹쓸이’엔 여유가 스며들었다. ‘보통여자’는 스윙재즈 기반의 세미 트로트다. 짙은 목소리가 돋보인다.

‘싹쓸이’는 고스톱 용어에서 가져왔다. 특유의 시원한 보컬과 “그대 사랑을 싹쓸이하고 싶어요”라는 포인트 가사가 인상적이다. 두 곡 모두 현철의 ‘사랑의 이름표’, 진성 ‘안동역에서’ 등을 만든 정경천이 작곡과 편곡을 맡았다. 최향은 “트렌디하고 고급스러움을 보여주고자 하는 목표로 앨범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작고한 현철에 대한 애틋함도 전했다. 최향은 ‘봉선화 연정’을 “꺾고 뒤집고 돌리는 트로트의 교과서 같은 노래라 이 노래로 연습 안 해본 트로트 가수는 없을 것”이라며 “현철 선생님이 부축을 받으며 ‘가요무대’에 서신 모습을 보며 존경했다”고 애도를 표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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