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2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축구 A대표팀 홍명보(55) 감독은 블랙 수트 차림으로 취임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A4 8장 분량이나 되는 취임사를 읽어내렸다.
특히 울산HD 사령탑으로 시즌 도중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것과 관련해 “(울산에 잔류하겠다는) K리그 팬과 약속을 어긴 것에 무거운 책임을 안고 있다. 큰 성원을 보내준 울산 팬께 사과와 용서를 구한다”며 “어떠한 질책과 비난이든 받아들인다. 겸허히 수용하며 실망한 팬에게 용서받는 건 한국 축구대표팀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것이다. 더 큰 책임감으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대표팀 사령탑으로 정식 부임한 홍 감독은 유럽인 코치 후보 및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파 태극전사 면담을 위해 스페인, 포르투갈, 잉글랜드, 독일 세르비아 등을 돌다가 최근 귀국했다.
유럽인 코치 1순위 후보자와 협상 중이라고 밝힌 홍 감독은 국내 코치진도 가까운 시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유럽파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향후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해 “존중, 대화, 책임, 헌신을 키워드로 두겠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과 스태프가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고 소통할 것이다. 지켜야 할 선도 명확하게 하겠다. 여러 리스크는 소통 부재에서 온다. 스스럼없이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선수 역시 변화를 원한다면 받아들이겠다. 다만 선수는 권한을 얻은 만큼 그라운드에서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명보호’의 색채에 대해서는 “볼을 소유하면서 경기를 주도하는 게 중요하다. 월드컵과 아시안컵 등이 아니면 평소 대표팀은 짧은 소집 기간으로 (경기 전날)24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얼마나 코치진이 잘 준비하고 선수와 공유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표팀은 9월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을 치른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시절 A대표팀을 이끌었다가 조별리그 탈락 쓴맛을 본 홍 감독은 “당시 아는 선수만 뽑아서 인맥 축구라는 얘기도 들었다. 인정한다. 당시 (K리그를 잘 몰라서) 팀에 도움이 될, 헌신적인 선수를 뽑지 못했다”며 “지금은 K리그에서 3년반 생활도 했고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가 머릿속에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 목표인 북중미 월드컵에 대해 “우리 원정 월드컵 최고 성적이 16강이다. 그보다 좋은 성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홍명보호’의 주장에 대해 “큰 변화를 주는 건 위험성이 있다. 손흥민을 앞으로도 주장으로 신뢰하고 해온 역할을 제시할 것”이라며 “너무 많은 부담을 느끼게 하진 않겠다. 부담을 나눠 경기에서 더 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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