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 공항대교가 붕괴됐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100중 추돌사고가 일어났고, 다리가 절단됐다. 실제상황은 아니다. 세트장에서 벌어졌다. 순제작비 185억원이 투입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의 배경이다.
‘탈출’은 연쇄추돌사고가 일어난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이 풀려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처절함이 담겨 있다.
◇4번에 걸쳐 구축한 다리, 절단 장면까지 표현해
‘탈출’은 다리라는 한정된 공간이 배경이다. 특정 건물이나 비행기, 배처럼 폐쇄된 공간이 아니다. 사방이 개방돼 있지만 한정된 조건 속에 고립된 주인공들이 극한의 두려움을 느낀다는 점이 흥미로운 포인트다. 100분이 넘는 러닝 타임을 한 공간에 묶어둔다.
제작진은 국내 최장 거리 교량인 인천 대교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세트장을 찾아 아스팔트를 깔았다. 주요 시퀀스를 중심으로 대교를 무려 네 번이나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대교가 절단나는 장면까지 담아냈다.
한아름 미술감독은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새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많았다. 크게 네 개의 대교를 만들었다. 작은 것까지 포함하면 8개다. 안개와 화염, 계곡, 재와 불꽃으로 공간마다 디자인했다. 아스팔트를 세트장에 깐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었다. 모든 기술진이 머리를 맞대고 일궈낸 성과”라고 말했다.
◇실감나는 100중 추돌, 300대 이상 차량 사용→원유수송차량 실제로 넘어뜨려
초반부 캐릭터 소개가 끝나고 나면 영화는 100중 추돌로 달려간다. 미꾸라지 같은 차가 안개가 짙은 도로 위를 쏘다니다 결국 가드레일에 부딪히고, 뒤따라오던 차들이 연쇄해서 들이박는 장면이 시작이다.약 300대의 차량이 현장에서 사용됐다.
원유 수송차량이 넘어지는 장면을 끝으로 엄청난 스케일의 추돌사고는 마무리된다. 영화에선 사고 나는 장면이 스펙타클하게 지속된다. 쉼 없이 부딪히는 자동차 덕분에 몰입이 고조된다. 리얼리즘을 강조한 김태곤 감독의 주문이 현실에서 구현된 것이다.
한 감독은 “현실감이 중요한 영화였다. 이런 장면은 CG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탈출’은 생생한 현장감이 꼭 필요했다. 아마 400중 추돌 사고는 될 것”이라며 “한 구간에서만 100대 이상이 투입됐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차량이 투입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원유 수송차량이 쓰러지면서 추돌이 끝나는데,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진짜 쓰러뜨렸다. 광양에서 중장비를 동원해서 쓰러뜨렸다. 관객들이 실제라고 느끼는 게 중요했다. 덕분에 실감 나는 사고 현장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붕괴직전 대교 제작…고 이선균, 스턴트맨 마다하고 직접 연기나서
하이라이트는 대교 붕괴 직전의 시퀀스다. 약 15도 정도 기운 대교의 모습이 큰 스크린에 펼쳐진다. 주인공이 사느냐 죽느냐가 달린 손에 땀을 쥐는 긴박감이 넘치는 장면이다.
제작진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붕괴되는 대교를 실사 크기로 제작했다. 사고 장소에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며 촬영했다. 리얼리티를 최대화하는 작업은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다. 기울어진 땅 위에서 연기를 펼친다는 건 위험이 도사리는 작업이었다. 고생이란 걸 알면서도 이를 악물고 밀어붙였다.
한 감독은 “‘탈출’의 배경은 시간과 공도 많이 들고, 위험 요소도 많다. 고생스러운 길을 선택한 것은 몰입도 때문”이라며 “CG를 최소화한 리얼한 현장은 배우의 연기나 촬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이라이트 장면은 원래 스턴트맨이 해야 하는데, 이선균이 직접 촬영했다. 용기가 대단했다”고 고인과 마지막 촬영을 회상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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