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웃기는 연기로 한선화를 따라갈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걸그룹 시크릿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한선화는 티빙 ‘술꾼도시여자들’(2021~2022) 시리즈 이후로 꾸준히 코미디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계속 같은 장르의 톤 앤 매너를 유지하면 질릴 만도 한데, 한선화에겐 기우에 불과하다.
31일 개봉하는 영화 ‘파일럿’에서도 한선화의 진가가 발휘된다. 한선화는 여장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다시 항공사로 들어가겠다고 다짐한 한정우(조정석 분)의 동생 한정미를 연기한다. 직업은 ASMR 뷰티 크리에이터다. 작고 얇은 목소리로 오감을 자극하면서, 완벽에가 가까운 화장을 보여주는 방송을 한다.
혼자 등장하는 장면에선 한선화의 개인기가 화면을 꽉 채운다. ‘도도도도도’라며 분을 칠하는 것부터 다양한 화장품을 흔들고 칠하는 과장된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수없이 많은 크리에이터를 보면서 장점을 최대한 끌어온 노력이 빛나는 장면이다.
한선화는 “제가 나오는 장면이 대부분 웃겼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웃길 계획이었다”며 “현장에서 답답하거나 안 풀릴 땐 감독님이나 정석 오빠를 붙잡고 물어봤다. 매번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부럽고 경이로웠다. 매 순간 자극을 느꼈다”고 말했다.
‘파일럿’은 2년 전 촬영한 작품이다.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시즌2와 영화 ‘달짝지근해:7510’(2023)을 동시에 촬영하고 있을 때였다. 준비할 시간 많지 않았다. 첫 촬영부터 어딘가 꼬였다고 했다.
“마트에서 정석 오빠랑 쇼핑하는 신이 첫 촬영이었어요. 뭔가 이상하고 안 맞는 느낌이었죠. 저한테 너무 실망했어요. 그때부터 무드 등을 사고 계속 연구하고 준비했어요. 유튜버마다 특징이 있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그 동작을 연습하면서 캐릭터를 잡아갔어요.”
결기를 다진 한선화는 결과적으로 매우 많은 웃음 지분을 가져갔다. 조정석과 함께 웃기기도 하고 홀로 웃기기도 한다. 코미디만큼은 확실한 카드다.
“2년 전에 정말 충실히 내려놓고 연기했어요. 제가 봐도 너무 웃겨서 민망했어요. 제가 예능도 많이 했고, 편하다 보니까 오히려 더 서슴없이 웃어주신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정석 오빠 겨드랑이 보는 순간 리액션은 사실 현타(현자타임의 줄임말)도 왔어요. 하하.”
한선화의 강점 중 하나는 사랑스러움이다. 웃길 때나 다른 남자 배우와 로맨스를 그릴 때나 한선화는 사랑스럽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덕분에 현재 방송 중인 JTBC ‘놀아주는 여자’에서 상대역인 엄태구까지 빛나게 했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속 직업도 키즈 크리에이터다.
“레퍼런스를 많이 찾는 편이에요. 다양한 키즈 크리에이터를 찾아봤어요.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독특한 행동을 가져왔죠. 키즈 크리에이터는 의상이나 헤어에 집중했어요. 아이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이미지를 갖더라고요.”
러블리도 좋고 코미디도 좋지만, 다소 비슷한 결이라는 건 아쉬울 수 있다. 한선화는 저예산 장편 영화에도 다수 출연하면서 연기력을 쌓았다. JTBC ‘놀아주는 여자’의 김영환 PD는 영화 ‘창밖은 겨울’(2022)속 한선화의 연기를 보고 캐스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처음에는 무거운 역할을 많이 했었어요. 밝은 캐릭터로 불러주시니 즐겁게 마음껏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배우로서 연기 변신은 오늘로 끝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숙제를 이겨내면 다른 숙제가 따라오니까요.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또 한 번 새로운 결의 작품을 만나 호평을 받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intellybeas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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