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기대에 걸맞은 투구였다. 빠른 템포에 안정된 제구력, 그리고 구위까지 삼박자를 이뤘다. LG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가 인상적인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에르난데스는 8일 잠실 두산전에서 78개의 공을 던지며 5이닝 2안타 1볼넷 7삼진 1실점했다. 숫자 이상의 투구 내용이었다. 속구 최고 구속 시속 150㎞를 기록했다.
알려진대로 꾸준히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속구와 슬라이더를 기본적으로 배합했고 컷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까지 던졌다. 올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는 커브 사용이 적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불펜 피칭에서 코칭스태프의 요구에 따라 커브를 던졌고 곧바로 이를 실전에 적용했다.
가장 인상적인 구종은 슬라이더였다. 우타자 바깥쪽, 좌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사용했다. 좌타자 정수빈에게도 결정구로 사용할 정도로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이 돋보였다. 빠른 슬라이더와 느린 슬라이더, 두 가지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느린 슬라이더는 스위퍼처럼 크게 움직였다.
사실상 옥의 티는 1회가 전부였다. 1회말 첫 타자 정수빈에게 볼넷을 범했는데 데뷔전인 만큼 힘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다음 타자 강승호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그리고 정수빈의 도루를 박동원이 2루 송구로 저지했다.
1회말 2사후 제러드 영에게 우월 솔로포를 맞았는데 이후 삼진 행진을 벌였다. 1회말 양의지부터 3회말 정수빈까지 일곱 타자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투구 템포가 빠르다보니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도 높았다. 오지환이 김재환 맞춤형 시프트로 유격수 땅볼을 만들었다. 허경민의 잘 맞은 타구를 김현수가 잡았다. 4회말 영의지의 중전 안타가 두 번째 안타. 이후 5회말까지 네 타자를 내리 범타 처리해 이날 투구를 마쳤다.
야수들은 타격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1회초 오스틴 딘이 2점 홈런. 문보경은 3루타 후 오지환의 타구에 홈을 밟았다. 4회초에도 득점한 LG는 5회초 문보경의 2타점 2루타로 6-1을 만들었다.
LG는 전반기를 마친 시점에서 외국인 투수 교체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에르난데스가 시장에 나오면서 계획을 수정했다. 6시즌째 인연을 이어간 케이시 켈리와 이별하면서 에르난데스를 데려왔다.
기대한 투구를 보인 에르난데스가 활약을 이어간다면, LG의 대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 선수단과 첫 만남에서 자신을 ‘엘리’라고 불러달라고 말한 에르난데스가 위기에 빠진 LG를 구원할지 지켜볼 일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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