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같았던 뮤지컬 무대…이젠 하루하루 아쉬워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가수 겸 배우 김희재가 뮤지컬계의 혜성으로 등극했다. ‘트로트 가수는 안돼’라는 편견 탓에 남다른 고충이 있었지만, 도전한 무대에서 열연하며 ‘티켓파워’를 증명하고 있다.

김희재는 오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에서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됐지만, 결국 음악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천재 피아니스트 ‘아리마 코세이’ 역을 맡았다.

사실 김희재가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다고 했을 때 주변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최근 가수들이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이 늘었지만, 트로트라는 장르를 주 종목인 가수에게는 단순 도전을 넘어 편견을 깨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수없이 오른 무대지만, 그에게 새로운 환경은 무섭고 두려운 공간이었다. 김희재의 첫 작품인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그가 소화한 공연은 총 25회. 8~10회차부터 남은 시간이 마치 전쟁터와 같았다고 한다.

김희재는 “지금은 정말 재밌다. 그러나 ‘모차르트’를 했을 때 공연 후 도망가고 싶은 적이 많았다. 당시 스태프들이 ‘5번밖에 안 남았다’라고 했을 때 ‘아직도요’라고 되물을 정도였다”라며 “이런 상태에서 주어진 무대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라며 당시 느꼈던 심적 부담을 털어놨다.

그러나 이번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연출가 권은아의 연기 트레이닝을 받아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었다. 그리고 눈빛만 봐도 서로 잘 이해하는 동료 배우들이 있어 든든하다. 이젠 회차가 줄어드는 것이 아쉽다고 한다.

김희재는 “연기, 노래하면서 이렇게 감정 표현하면 관객들이 공감하고 감동한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디스 이즈 뮤지컬(This is misucal, 이것이 뮤지컬이다)‘이라고 말한다”라며 “어떤 씬(Scene)에서는 조금 더 (오버)해도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붙었다”라고 말했다.

◇ 관객 인정 배우 성장기…‘웃는남자’·‘몬테크리스토’ 도전하고파

평소 스토리 위주로만 봤던 드라마, 영화를 볼 때 그 배역의 배우들이 어떻게 감정 표현하는지 유심히 보고 고민한다. 배우 김희재로서 시야가 트인 것도 있지만, 그만큼 연기에 대한 애정이 생긴 것이다.

김희재는 “뮤지컬은 노래와 연기를 같이 한다. 100%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뮤지컬의 매력인 것 같다”라며 “가수는 노래로 연기하는데, 그것만의 매력이 있다. 그런데 뮤지컬은 두 개가 합쳐 같이 간다. 그래서 가지고 가는 매력도 두 배”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본인 스스로 60점을 준 김희재. 그는 “뮤지컬을 하면서 한순간도 허투루 (연기·노래)한 적 없다. 집에서도 연습실에서도 맡은 역할에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공연을 봐주는 관객들이 결국 평가한다”라며 “아직 나를 (뮤지컬 배우로서)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제 시작한 신인이기에 많은 분에게 인정받기엔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아직 완벽한 점수를 줄 수 없다”라며 자신을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뮤지컬 무대에 오른 지 일 년 2개월. 아직 성장 중인 배우 김희재다. 아직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야 할 때다. 이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김희재는 “매 순간 주어진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라고 스스로 말하고 싶다. 아직 다음 작품에 대한 약속이 없지만, 기회가 있으면 열심히 준비해서 관객에게 인사드리겠다”라며 “사실 ‘웃는남자’, ‘몬테크리스토’, ‘마타하리’ 등의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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