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동메달결정전에서 웃은 이다빈은 참아온 눈물을 쏟아냈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 몸에도 일궈낸 투혼의 메달이다.

한국 여자 태권도 간판 이다빈(27·서울시청·세계랭킹 4위)이 결승 진출 실패의 아쉬움을 딛고 동메달을 품었다. 그는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67㎏초과급 3,4위전에서 독일의 로레나 브랜들과 겨뤄 라운드 점수 2-1(4-2 5-9 13-2) 승리를 거뒀다.

8강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 당시 패배를 안긴 저우 쩌치(중국)를 제압한 그는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스베틀라나 오시포바에게 0-2로 완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14년부터 대표팀에서 활약한 이다빈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62㎏급,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67㎏ 초과급에서 우승하며 2연패했다.

또 2016년 마닐라 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19년 맨체스터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섰다.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없는 금메달이 올림픽이다.

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미뤄져 2021년 열린 도쿄 대회에서 결승까지 진격했지만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에게 아쉽게 져 은메달을 목에 건 적이 있다. 당시 부상 투혼이 화제였다.

이번에도 잦은 부상으로 맞춤식 훈련을 시행하면서 파리까지 왔다. 도쿄에서 못다한 금메달을 품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4강에서 밀려나며 아쉬워했다.

동메달은 태권도 인생의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이었다. 1라운드에서 상대 머리를 정확히 가격하는 발차기를 앞세워 웃은 그는 2라운드에 고전했다. 신장이 큰 브랜들에게 연달아 발차기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종료 14초를 남겨두고 4-5로 근소하게 뒤졌는데 연속 몸통 공격을 허용하면서 5-9로 완패했다.

그러나 3라운드 들어 이다빈은 체력 우위를 앞세워 브랜들을 몰아붙였다. 머리 공격(3점)에 이어 종료 30초를 남겨두고 예술적인 뒤후리기 공격으로 브랜들의 얼굴을 가격했다. 헤드기어가 벗겨질 정도위 위력이었다. 순식간에 5점을 따내면서 사실상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을 품었다.

이로써 이번 대회 네 체급에 출전한 한국 태권도는 금메달 2개(박태준·김유진)과 동메달 1개를 따내면서 지난 도쿄 대회 ‘노골드’ 치욕을 씻어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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