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빠르면서 편해요. 괜한 오해도 없어졌고…. 정말 좋네요.”

처음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가 아닌 시즌 중반에 도입됐기에 시즌 후 적응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사용해보니 적응이 어렵지 않다. 복잡한 수신호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사인을 놓칠 일도 없다. 누르고 듣는 방식이라 사인 교환도 빠르고 편하다. KBO리그에 연착륙한 피치컴 얘기다.

시작은 7월16일 KT 웨스 벤자민과 장성우 배터리였다. 벤자민과 장성우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피치컴을 받자마자 사용했다. 마이너리그에서 피치컴을 사용해본 벤자민이 장성우에게 피치컴 사용을 권유하면서 KBO리그 첫 번째 피치컴 사용자가 됐다.

결과도 좋았다. 고척돔에서 키움을 상대한 벤자민은 6.1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피치컴을 통해 빠르게 사인을 교환하면서 자연스럽게 투구 템포가 빨라졌다. 키움 타자가 벤자민 투구 템포에 당황하고 끌려가는 모습도 나왔다. 타이밍 싸움인 야구에서, 타이밍을 주도하는 것을 포기할 선수는 없다.

빠르게 피치컴이 퍼졌다. 불펜 피칭에서 피치컴을 사용한 후 실전에서 곧바로 적용하는 투수가 부쩍 늘었다. 두산은 시라카와 케이쇼를 제외한 투수 대부분이 피치컴으로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다. 두산 양의지는 “빠르면서 편하다. 괜한 오해도 없어지고 정말 좋다.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한화 류현진과 KIA 제임스 네일은 허리에 송신기를 차고 직접 사인을 낸다. 투수가 사인을 내면 투구 템포는 더 빨라진다.

지난 10일에는 LG도 대세에 동참했다. 최원태와 허도환이 피치컴을 통해 사인을 교환했다. 이전보다 투구 템포가 빨라진 최원태는 잠실 NC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78일 만의 승리 투수가 됐다.

경기 후 최원태는 “쓸데없는 생각이 없어지는 것 같다. 템포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 야수들도 괜찮다고 하더라”며 만족했다.

피치 클락 적용을 고려하면 피할 수 없는 변화다. 피치컴을 통해 사인 교환 시간이 빨라지는 만큼, 피치 클락 적응도 쉬워진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ML)에서 피치 클락과 피치컴을 두루 경험한 류현진의 주장처럼, 유주자시 복잡하고 길었던 사인 교환 시간이 피치컴으로 간소하고 짧아진다.

KBO는 2025시즌부터 시범 적용 중인 피치 클락을 정식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대신 올해 설정한 무주자시 18초, 유주자시 23초 피치 클락 시간은 늘어날 수 있다. 대만프로야구(CPBL)가 무주자시 20초, 유주자시 25초로 피치 클락을 시행 중이다.

KBO 관계자는 “시간은 지금보다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며 “전력강화 위원회에서 프리미어12 대비 차원으로 CPBL 경기를 관전했다. 현장에서 본 위원들이 이 정도면 KBO리그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너무 빠르고 큰 변화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도 빠른 템포, 짧은 경기 시간이 대세다. 올림픽 복귀를 비롯한 야구 세계화에 있어서도 필수 요소다. KBO리그와 한국야구 또한 동참할 수밖에 없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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