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스탠리 로고만 보이게 하고 스티커 다 붙이려고요.” “덕지덕지 붙이면 보기 싫어요.”

LG트윈스 김현수, 신민재, 문보경 선수가 스탠리 텀블러에 스티커를 붙이며 꾸미기에 집중하고 있다. LGTWINSTV 유튜브 영상에 등장한 건장한 체구의 선수들은 굿즈 캐릭터 스티커를 가위질해 붙이고, 손잡이에 리본까지 달면서 텀블러 꾸미기에 열중하고 있다.

LG트윈스 타자 문보경은 “귀여운 스티커 다 붙였다”며 MZ세대 감성이 담긴 ‘문보표 텀블러’를 내놓았다.

선수들이 텀블러에 스티커, 액세서리, 스트랩을 달아 완성한 것은 이른바 ‘텀꾸’(텀블러 꾸미기).

현재 국내에서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백꾸(가방 꾸미기)에 이어 텀꾸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텀블러가 일종의 패션 아이템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개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텀블러에 스티커, 키링, 스트랩, 악세사리 등을 붙이고 묶어 치장하듯 꾸며 자신만의 개성 있는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텀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텀꾸 문화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과 맞물리면서 확산했으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텀꾸의 인기는 텀블러 매출률이 입증하고 있는데, 올해 초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생활용품 브랜드 스탠리 텀블러 매출률은 4년 만에 10배 이상 뛸 정도였다. 미국인들은 이를 구매하기 위해 오픈런은 물론, 600달러에 달하는 웃돈을 주고 구매하기도 했다.

인기는 국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무신사는 “올해 1~7월 무신사 내에서 텀블러 카테고리 누적 거래액 성장률이 전년 동기간 대비 10배 이상 성장(999.1%)했다”고 밝혔다.

W컨셉은 전년 동기 대비(8/1~8/18) 분석한 결과, 텀블러 카테고리 매출 8배 증가했다고 했다. W컨셉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 소비가 인기를 끌면서 텀블러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2030 여성 고객을 중심으로 940ml, 1185ml 등 대용량 텀블러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텀스, 오왈라 등 브랜드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에이블리는 “개성을 담아 다이어리, 신발, 가방 등을 꾸미는 N꾸 시대, 텀블러 꾸미기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며 “7월 에이블리 내 ‘텀블러 꾸미기’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배(4400%) 늘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다양한 디자인으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빨대 마개’ 검색은 1485%, 텀블러를 담아 다닐 수 있는 ‘텀블러 파우치’ 검색량은 2배(10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텀블러 가방’ 거래액도 3배 가까이(185%), 검색량은 90%가량 증가했다.

쓱닷컴은 “24년 1/1~8/18 텀블러 카테고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 증가율 54% 신장했다”고 했다.

◇ 텀꾸, 왜 유행하나…‘가치 소비’ 중시 소비자 늘어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디토 소비’ 현상이 심화했다고 분석한다.

디토 소비란 ‘나도’, ‘나 역시’란 뜻의 라틴어 디토(Ditto)에 빗대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 유행하는 특정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경향을 일컫는 신조어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행 중인 텀꾸 열풍도 이러한 가치 소비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디토소비를 함으로써 물건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활용해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4’는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디토 소비를 선정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에 적합한 대상을 찾고 의사결정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사람·콘텐츠 등을 추종해 소비하는 현상”이라며 “깐깐하게 정보를 탐색하는 대신 특정 사람과 콘텐츠, 커머스가 제안하는 선택을 추종하는 소비가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숏폼, 릴스 등으로 제품 후기 영상이 퍼지면서 디토 소비 심리를 자극해 이를 구매로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스타그램에 ‘텀꾸’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1000개 이상의 다양한 게시물이 올라와있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개인 물병을 소지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으면서, 텀꾸 트렌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텀꾸 또한 다꾸, 백꾸, 폰꾸 등과 같이 다소 적은 비용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행위로, MZ세대 특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경기 불황으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 소비패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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