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흠잡을 데가 없다. 기량과 자세가 두루 완벽하다. 성공에 심취하지 않고 실패에 주눅 들지도 않는다. 늘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결과를 낸다. LG 구단 새 역사에 도전하는 오스틴 딘(31) 얘기다.

또다시 해결했다. 오스틴은 지난 20일 잠실 SSG전 8회말 팀 승리를 이끄는 2타점 2루타를 쳤다. 8회초 LG가 2-3으로 역전당했는데 오스틴이 8회말 무사 2, 3루에서 다시 LG의 리드를 만들었다. 홀드 1위 노경은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이날 4타수 2안타 2타점. 시즌 102타점을 기록하며 타점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오스틴의 결승타로 승리한 LG는 3연패에서 탈출했다. 시즌 전적 61승 52패 2무. 2위 삼성과 1.5경기 차이를 유지했다. 다음은 경기 후 오스틴과 취재진 일문일답.

-8회말 2타점 2루타로 결승타를 기록한 순간부터 말해달라.

처음에는 1, 3루였다. 초구 바깥쪽 커터를 그냥 봤는데 신민재 선수가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그래서 무조건 멀리 띄워서 타점을 올리려 했다. 연장이라도 갈 수 있게 1타점을 올리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결과가 생각보다 잘 나왔다.

-신민재 선수가 2루 도루를 성공했을 때 2타점을 생각한 게 아니었나?

안 했다. 무조건 1타점 희생플라이를 생각했다. 2타점을 생각하면 독이 될 수 있다. 무리하다가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늘 단순하게 최소한의 이득을 노리곤 한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 주중 3연전 대전에서 타격감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그랬다가 KIA 주말 3연전에서 고전했다.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나?

사실 지난주 내내 타격감은 쭉 괜찮았다. 단지 한화전에서는 그게 결과로 잘 나왔던 것이고 KIA를 상대할 때는 아쉽게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냥 KIA가 우리보다 더 잘했다고 생각하려 한다. 물론 많이 아쉽다. 그래도 지나간 일이다. 이번 시리즈부터 다시 집중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지난 주말 생각하지 않고 다가올 경기에만 집중하면서 준비 잘할 것이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1위를 포기하지 않았다. 분명 불가능은 아니다. 물론 운이 정말 많이 따라야 한다.

-작년에 LG 선수로 29년 만에 1루수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올해는 LG 구단 역사 최초로 타점 타이틀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늘 말했지만 나는 개인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 기록을 신경 쓰는 순간 슬럼프에 빠지고 추락할 수 있다. 그래서 타이틀은 지금 시점에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저 팀에 공헌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시즌 시작부터 돌아보면 홍창기 박해민 김현수 신민재 등 내 앞에 있는 타자들이 꾸준히 출루를 해줬기 덕분에 이렇게 많은 타점을 올릴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 고맙다. 나는 그저 4번 혹은 3번 타자로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다. 기록을 생각한 적은 없다.

-만일 타점왕을 할 경우 시상식에 올 마음이 있나? 사실 작년에도 비슷한 질문을 했다. 1루 골든글러브를 받으면 시상식에 올 마음이 있나고 물었는데 그때는 빨리 집에 가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골든글러브를 올해 캠프를 마치고 한국에 와서 받았다.

이번에는 시상식에 올 생각이 있다. 내가 받기만 한다면 생각해보겠다. 시간 내기가 아까운 부분도 조금 있다. 시상식을 찾게 되면 혼자 올 것 같다. 그런데 오프시즌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 아들과 떨어지기가 아쉬운 것도 솔직한 마음이다.

-날씨가 정말 야구 하기 힘든 날씨다. 작년 여름이랑 올해 여름이랑 비교하면 어떤가?

심각할 정도로 덥다.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서 더운 날씨를 이겨내는 데에 자신이 있는데 올해 한국 여름은 정말 심각할 정도로 덥다. 너무 습하다.

그렇다고 투정 부리고 싶지는 않다. 나는 한국에서 야구를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다. 한국 야구가 정말 좋다. KBO리그의 특별함. 우리 팀 동료, 코칭스태프, 팬들 모두가 정말 마음에 든다. 더운 것도 어차피 지나면 추억 아닌가. 나중에는 추억의 일부가 될 것으로 믿는다.

-올해 한국 여름이 텍사스 여름보다 더 덥나?

텍사스에서 태어났지만 텍사스를 떠난 지 13년 정도 됐다. 예전 기억을 돌아보면 한국이 더 더운 것 같다. 가장 최근 텍사스에서 여름을 보낸 게 2020년에 잠깐이었다. 그때와 비교해도 한국이 더 덥다.

-이렇게 더운데도 타격 페이스가 정말 좋다. 비결이 무엇인가?

프로답게 행동하려고 한다. 야구를 꽤 오래 하면서 훌륭한 선수들을 봤다. 그 선수들이 컨디션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어떻게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지 지켜보며 배웠다. 이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이런 게 정말 프로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수들인지 말해줄 수 있나?

야디어 몰리나, 마틴 프라도, 폴 골드슈미트다. 몰리나와 골드슈미트는 세인트루이스 때 함께 있었다. 몰리나가 락커룸에서 옆자리였는데 내 정신적 지주였다. 프라도는 마이애미에서 동료였다. 내가 더 성숙한 야구 선수가 될 수 있게 도와줬다. 이들이 야구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배우려 했고 계속 따라가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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