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황혜정 기자] “번트를 대서라도 출루하고 싶었어요.”

KT 내야수 심우준(29)은 최근 10경기 타율이 0.097(31타수 3안타)에 불과했다. 극심한 타격 부진이다. 발빠른 주자라 출루해 도루를 하는 유형인데, 출루 자체부터 막혔다. 자연스레 KT 공격의 물꼬도 터지지 않았다.

그런 심우준이 21일 키움전에서 대폭발했다.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키움과 홈경기에서 KT는 5-0 완승을 거뒀는데, 심우준은 홀로 4타점을 쓸어담았다. 올시즌 개인 최다 타점 기록이다.

0-0으로 팽팽하던 5회말 심우준은 2사 1루에서 좌월 2점 홈런을 뽑아내며 결승포를 쐈고, 7회말과 8회말 각각 적시타를 때려내며 4타점을 완성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이날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심우준이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는 홈런 등 4타점을 기록하며 승리할 수 있었다”며 심우준을 수훈공신으로 꼽았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심우준은 “오늘 경기 전까지 안타를 언제 쳤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부진했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심우준의 최근 안타는 지난 14일 삼성전에서 기록한 단타다.

심우준은 “안타가 계속 안 나와 오늘은 어떻게든 출루하고자 했다. 번트를 대서라도 출루해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 결과 홈런이 나왔다고. 심우준은 “그런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섰더니 홈런이 나온게 아닌가 싶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이후 타석에서 나온 적시타 2개의 타구질도 모두 흡족스럽다고. 심우준은 우전 적시타와 좌전 적시타를 각각 때려냈는데, 특히 우전 적시타는 지난달 15일 제대 후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꼽았다.

심우준은 “전 타석에서 홈런을 쳤기에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갈 법도 했는데, 우측으로 타구가 잘 갔다. 군 제대 전과 후의 차이점이다.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심우준이 상무에서 한 훈련은 바로 ‘밀어치기’다. 우타자인 심우준은 “센터 쪽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려고 했다. 타이밍이 늦더라도 우측 방향으로 타구가 가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터뷰 도중 KT 포수 강백호가 불쑥 나타나 심우준에게 질문을 던지고 홀연히 떠났다. 강백호는 앞서 심우준의 방송 인터뷰 당시 아이스박스 째로 들고 물을 뿌리며 격하게 심우준의 부활을 축하했다.

심우준은 “다음엔 백호가 잘해서 백호에게 내가 물을 뿌리겠다”며 “솔직히 우리팀 간판은 ‘강백호’이지 않나. 백호가 잘해야 한다. 서로 많이 응원하는 사이”라며 돈독한 우정을 자랑했다.

KT는 현재 리그 6위로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심우준은 “사실 그것 때문에 선수들이 더 힘들다. 더위도 더위지만, 경기 끝나고 다른 팀 경기 결과도 계속 지켜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KT 선수단은 베테랑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힘내고 있다고. 심우준은 “보이진 않지만, 선배들이 앞장서 정말 열심히 반등하려 하고 있다. 팬분들께서 끝까지 우리 KT를 믿고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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