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평소 감정에 예민한 편이에요. 일상생활에선 피곤할 수 있죠. 이런 성향이 연기엔 적합해요.”
김하늘은 ‘멜로 퀸’이다. 감정선 변화를 드러내는 데 탁월하다. 표정에서 이런 디테일이 잘 드러난다. 눈물을 쏟는 감정 연기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빨려들게 만든다. 특유의 매력이다. 드라마 ‘해피투게더’(1999) ‘피아노’(2001) ‘로망스’(2002) ‘온에어’(2008) ‘신사의 품격’(2012) 등 숱한 필모그래피가 이를 증명한다. 세기가 바뀌어도 굳건하게 이어간 ‘김하늘표 멜로’다.
디즈니+ ‘화인가 스캔들’(연출 박홍균, 극본 최윤영)은 이런 멜로의 연장선이다. 김하늘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드라마는 정말 옛날 감성이었다”며 “감독님과 정지훈 배우랑 대사를 두고 많이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나랑 잘래” “당신 내 남자 할래요” “당신이 내 여자해요” 같은 20세기 감성 가득한 대사는 온라인상에서 ‘오글거린다’는 악평에 시달렸다.
김하늘은 “‘나랑 잘래’ 이 대사는 도저히 바꿀 수가 없었다”며 “못 바꿀 거, 기왕 연기를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오글거리긴 했지만, 좋아한 분들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드라마가 올드하게 느껴진 건 2010년대에 기획된 탓도 있었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산으로 가지 않았다. 아시아 국가에서 호평이 컸다.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즌 2 제작을 요구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감을 더한 스토리 덕분이다.
스토리 전개가 빨랐다. 16회를 10회로 줄인 덕분이다. 화인그룹 며느리이자 재단 이사장 오완수(김하늘)와 경호원 서도윤(정지훈 분)이 12조 원이라는 유산을 놓고, 화인가에 얽힌 죽음과 비리를 풀어갔다.
김하늘은 “사실 뻔하지만 뻔한 걸 잘 만들기는 쉽지는 않다. 이런 말에 공감한다”며 “배우들이 열정적으로 현장에서 재밌게 찍었다. 연기에 대해 계속 얘기하고, 수정한 결과들이 포함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멜로 감성이 폭발한 건 최종회에서였다. 배다른 동생 김용민(고윤 분)이 남편 김용국(정겨운 분)을 엽총으로 쏜다. 김하늘은 “찬희 아빠, 여보. 안 돼!”라며 절규했다. 부들부들 떠는 손과 오열하는 얼굴 너머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특유의 감정이 빛을 발했다.
김하늘은 “용국이가 엄마의 불륜을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랐고, 그런 걸 아니까 안타까움과 불쌍함에 감정이 올라왔다”며 “최대한 흐트러지지 않게 집중해서 찍었다. 정겨운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너무 슬픈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이틀이나 찍을 정도로 공을 들인 장면이었다. 정겨운은 하루 종일 온몸에 피칠을 한 채 온몸이 끈적여서 움직일 수 없었다. 입엔 피를 머금고 대사를 해야 했다.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숫자 ‘9’라는 들며 ‘멜로’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제가 29살, 39살에 멜로를 했더라고요. 곧 다가오는 ‘9’에도 멜로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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