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지난해와 너무 다르다. 과정과 결과가 그렇다. 불펜 한계와 마주한 채 역전패를 반복하고 있는 LG 얘기다.

시작은 비슷했다. 통합우승을 차지한 2023년에도 시즌 출발선부터 불펜 붕괴였다. 고우석과 정우영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후유증을 겪었다. 고우석은 부상으로 이탈했고 정우영은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다. 대체 마무리로 낙점한 이정용이 블론 세이브를 반복하면서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변화는 대성공. 신예 투수를 과감하게 기용하면서 반전을 이뤘다. 신인 박명근과 처음 1군 무대에 오른 유영찬, 투수 전향 3년차 백승현이 든든히 뒷문을 지켰다. 함덕주가 부활했고 김진성도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신구조화를 이뤘다. 고우석이 기복에 시달렸지만 고우석이 흔들릴 때 고우석을 대신해 버텨줄 투수가 많았다. 2022년 42세이브를 올린 고우석이 2023년 15세이브에 그쳤음에도 리그 최강이었던 LG 불펜이다.

올해도 시작이 만만치 않았다. 고우석이 미국 무대로 떠났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는 선발에서, 한국시리즈에서는 불펜에서 활약한 이정용은 상무에 입대했다. 함덕주까지 수술대에 오르면서 전원 필승조와 거리가 먼 상태로 캠프를 치렀다.

캠프에서 2년 연속 불펜 반전을 다짐했다. 유영찬이 마무리로 연착륙하고 백승현 박명근 김진성이 지난해 활약을 이어간다면 나쁘지 않은 필승조를 구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우영이 다시 일어선다면 천군만마. 여기에 김유영 김대현 이우찬 이지강 4명 중 2명만 활약해도 다시 양질의 불펜을 갖출 것으로 기대했다.

현실은 기대와 너무 달랐다. 유영찬이 특급 마무리로 올라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유영찬과 김진성 외에 중간 투수 모두가 꾸준하지 못하다. 엔트리 운용만 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백승현과 이우찬은 부상 없이 다섯 번 이상 1군과 2군을 오갔다. 좌투수 이상영, 신인 사이드암 정지헌, 지난해 군 복무를 마친 김진수 등을 과감히 올려봤으나 반전 카드는 아니었다.

그렇게 사실상 유영찬과 김진성 두 명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결국 탈이 났다. 김진성은 지난 28일 잠실 KT전을 포함해 최근 4경기에서 모두 실점했다. 실점한 4경기 중 3경기가 리드 혹은 동점에서 역전패. 2위 삼성과 점점 멀어진다.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돌아온 함덕주가 5연속경기 무실점 투구를 했다. 아직 연투에 임하지 못하고 있는데 다음 등판 후에는 연투를 점검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이종준은 막강한 구위를 뽐낸다. 상무에서 전역한 임준형도 입대 전보다 훨씬 빠른 공을 던진다. 지난해 그랬던 것처럼 과감하게 이종준과 임준형을 기용하는 게 새로운 답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사령탑도 과감히 카드를 펼쳤다. 선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29일 잠실 KT전에서 불펜 대기한다. 이번 주 4경기만 치르는 것에 맞춰 선발 등판이 없는 에르난데스를 중간 투수로 기용하기로 했다. 에르난데스는 29일 1이닝만 소화할 경우, 30일 수원 KT전에서도 불펜 등판할 수 있다.

캠프에서 그린 청사진은 이미 사라진 LG다. 그렇다고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22경기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야 희망을 품고 포스트시즌 무대에도 설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