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김판곤) 감독께서 오셨을 때 기회라고 여겼다. 울산을 도울 선수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울산HD가 4년 만에 코리아컵(전 FA컵) 결승 무대를 밟는 데 귀중한 득점을 해낸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마테우스는 골 뒤풀이 때 서포터즈 처용전사 앞에 무릎을 꿇고 한동은 일어서지 못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느끼게 한다.

그는 지난 2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4강 2차전 광주FC와 홈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9분 문전에서 주민규가 흘린 공을 따내 전진한 골키퍼를 넘기는 감각적인 슛으로 득점했다. 울산은 2-2 무승부를 기록, 원정 1차전 1-0 승리를 보태 합계 점수 3-2로 앞서면서 결승에 올랐다.

마테우스가 울산 유니폼을 입고 골을 넣은 건 지난 4월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가 4강 2차전 원정 이후 처음이다. 모처럼 골을 넣은 감격보다 그의 눈물샘을 자극한 건 ‘전력 외’로 평가받은 지난 날이다. 자기를 기다려주고 환호해 준 팬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포함됐다.

2014년 브라질 명문 파우메이라스에서 프로로 데뷔한 마테우스는 2016년 브라질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에 발탁된 재능이다. 키 178㎝. 수비형 미드필더로 큰 키는 아니지만 타이트하게 움직이며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K리그판 (은골로) 캉테’를 꿈꿨다.

그러나 기대보다 울산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 전임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3선 자원은 강한 수비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캉테 결격 요소로 꼽혔다. 지난 여름이적시장에 K리그2 수원 삼성 등으로 임대 또는 이적이 거론됐다. 실제 울산 구단은 마테우스를 정리하려고 했다.

이렇다 할 변화 없이 팀에 남게 됐는데 공격 지향적인 수비를 강조한 김판곤 신임 감독과 만남이 반전의 디딤돌이 됐다. 김 감독은 마테우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뜻을 보였다. 마테우스는 이날 보란듯이 코리아컵 무대에서 팀을 결승으로 이끄는 골을 넣으며 보은했다.

그는 “감독께서 내 스타일을 좋아한다면서 멀리서 관찰했다는 말을 해줬다.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물론 단 한 경기도 마테우스의 입지 상승을 논할 수 없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리그에서 제 가치를 뽐내야 한다. 그럼에도 광주전은 마테우스 스스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느덧 K리그에서 브라질 외인도 생존이 간절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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