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맏형’ 정재군(48·울산중구청)이 생애 첫 패럴림픽 무대 마지막 경기에서 아쉽게 동메달을 놓쳤다.

정재군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WH1등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토마스 반트슈나이더(독일)에 0-2(24-26 11-21)로 패했다.

동메달 결정전 상대인 반트슈나이더는 60세 백전노장이다. 190㎝의 큰 신장을 바탕으로 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는 강한 스매싱이 장점이다. 정재군은 “나보다 나이는 많은데 단신인 나에 비해 190㎝ 장신이라 최대한 집중할 것”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1세트부터 끈질긴 듀스가 이어졌다. 반트슈나이더가 24-24에서 내리 2점을 따내면서 먼저 승리를 가져갔다. 무려 36분간 펼쳐진 접전 탓에 체력이 고갈된 정재군은 2세트에서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10점 차로 패하면서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 후 만난 정재군은 “1세트 듀스 상황에서 먼저 앞서갔는데, 그때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게 아쉽다. 연달아 경기를 해서 몸이 무거웠고, 코트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상대는 타점이 높아서 움직임이 적은데, 나는 신장이 짧아서 움직임이 많았다. 다 핑계일 뿐이고, 첫 패럴림픽 출전이라서 긴장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1976년생으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최고령자인 정재군은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마지막 패럴림픽’이라고 누차 말한다. 선수 은퇴는 아니다. 대신 “소속팀에서 계속 훈련을 하겠지만, 패럴림픽은 다시 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2007년 작업 중 척추골절 사고로 장애를 입은 정재군은 재활병원에서 우연히 장애인 배드민턴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생애 첫 패럴림픽에 나서기까지 1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의 배드민턴 인생을 돌아본 정재군은 “늦은 나이에 국가대표가 됐고, 사실 파리에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개인전 메달을 땄으면 더 행복했을 텐데, 그래도 4강까지 올라와서 기쁘다. 나 자신에게 잘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타고난 게 없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는데, 이제는 조금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라고 후련한 모습을 보였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전날 남자 복식 WH1-2등급에서 유수영(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은메달을 합작했다.

정재군은 “복식에서는 대진 운이 따랐다. 하지만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메달을 하나라도 건졌기 때문에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단식 동메달 결정전을 끝으로 대회를 마친 정재군은 아직 일정이 남은 다른 한국 선수들을 향한 응원을 약속했다.

한국시간으로 3일 새벽 최정만(대구도시개발공사)은 남자 단식 WH1등급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고, 유수영과 김정준(대구도시개발공사)은 남자 단식 WH2등급 동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