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대한민국 보치아 대표팀 ‘맏형’ 정성준(46·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이 은메달을 따냈다. 결승에서 아쉽게 패했다. 금메달을 놓쳤다. 그래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냈다. 패럴림픽 첫 메달이다.
정성준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수드 파리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1) 결승전 존러웅(홍콩)과 경기에서 1-4(0-2 0-1 0-1 1-0)으로 패했다.
금메달을 노렸다.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래도 개인 첫 번째 패럴림픽 메달을 은색으로 장식했다. 2020 도쿄 때는 개인전(BC1) 10위, 단체전(BC1,2) 7위에 그쳤다.
사실 국제 보치아 무대에서는 무명이었고, 단역이었다. 2022 브라질 세계선수권 단체전(BC1,2) 금메달이 첫 메달. 개인전에서는 메달이 하나도 없다.
파리에서 아쉬움을 달랬다. 금빛이었으면 더 좋을 뻔했다. 그러나 은메달도 충분히 값지다. 세계적인 ‘보치아 강자’로 당당히 섰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올라서는 순간이다.
1엔드부터 쉽지 않았다. 존러웅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고, 먼저 2점 뽑았다. 2엔트 들어서도 정성준이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0-1로 밀렸고, 합계 스코어 0-3이 됐다. 3엔트 또한 0-1로 밀렸다.
마지막 4엔드에서 1-0으로 승리하기는 했으나 거기까지다. 전체적으로 존러웅이 얄미울 정도로 냉정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정성준은 역전을 노려야 했고, 뜻대로 되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다. 결승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성과다.
경기 후 정성준은 “과감하게 나갔어야 했는데 소심한 플레이를 했다. 그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주말 빼고 매일 훈련했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다른 종목이 남았다. 꼭 따겠다”고 설명했다.
뇌병변 장애인으로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고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 권유로 보치아를 시작했다.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공을 던지는 것 자체로 희열과 행복을 느꼈다.
정성준은 “멋모르고 담임 선생님이 추천해줘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취미로 했다. 하다 보니 푹 빠지게 되더라. 조금씩 대회에 나가게 됐고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것을 바꿨다. 부산의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다 독립까지 할 수 있었다. “당시 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의 문광호 감독님이 시설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 그때부터 경기도 소속 전문 선수로 생활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근력 운동 기구가 완비된 이천선수촌에서 많은 훈련을 했고, 국가대표 비활동 기간엔 주로 집에서 덤벨로 운동했다. 몸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훈련의 성과가 결과로 잘 나오지 않아서 괴로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성준은 “내가 패럴림픽 메달을 목에 걸다니, 꿈 같다. 내게 부모님 같은 존재인 문광호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하다 보니 힘든 운동을 피하기 쉽다. 안타깝다. 뭔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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