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를 ‘천의 얼굴’을 가진 작품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만큼 각양각색의 매력 포인트가 많다.
남자의 삶을 살아야만 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 프랑스 혁명 격변기에 피어난 비극적 사랑, 인간애를 프랑스 혁명이라는 장중한 역사의 흐름으로 표현하는 등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인물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전달하는 넘버, 시대적 배경을 인물의 이념에 흡수시킨 의상, 금색과 곡선으로 표현한 귀족과 거친 각으로 나타내는 평민의 대조적인 서사 등 볼거리가 많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러브스토리에 가장 눈길이 가지 않을까.
자르제 가문의 하인으로, 신분의 차이 때문에 오스칼을 향한 마음을 숨긴 채 그를 지키는 앙드레. 어린 시절 오스칼을 동경해 청혼하는 그의 보좌관 제로델. 삼각관계의 중심 오스칼이 깨닫는 사랑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렇다면 오스칼 역을 맡은 배우 김지우가 잠시 극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온다면, 과연 둘 중 누구를 선택할까.
◇ 오스칼 분신같은 존재 ‘앙드레’ vs 백마 탄 왕자님 ‘제로델’
김지우는 1초의 망설임 없이 “당연히 앙드레!”라고 외쳤다.
김지우는 “앙드레가 항상 오스칼의 옆에 있어 익숙함이 있는 건 당연하다. 오스칼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 가족이자 친구인 앙드레를 무조건 선택할 것 같다”라면서 “나를 위해 총 맞아주고, 나를 위해 ‘한쪽 눈 따위는 잃어도 괜찮다’라고 이야기해주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라며 흡족해했다.
앙드레는 프랑스 파리 시민들의 혁명에 앞장선 오스칼 대신 군인이 쏜 총을 대신 맞고 그의 품에서 눈을 감는다.
그는 “앙드레는 오스칼에게 주기만 한다. 앙드레가 오스칼 옆에 항상 있었고 기댔는데, 앙드레의 죽음으로 앞으로 그가 없다는 생각에, 오스칼은 앙드레를 사랑했음을 되뇌이게 된다”라고 말했다.
앙드레를 향한 오스칼의 마음은 노래 한 곡으로만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지우는 “오스칼이 앙드레에 대한 사랑을 ‘지금’ 깨달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라며 “전반 진행 곡은 최대한 담백하게 부르려고 한다. 이야기가 흐르는 것과 같이 점점 감정을 쌓는다”라고 설명했다.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고백한 제로델에 대해서는 “오스칼도 여자이기 때문에 순간 신념이 많이 흔들렸다고 표현하고 싶었다”라며 “제로델이 나에게 어깨에 진 짐을 그에게 떠넘겨도 괜찮다고 이야기할 때 저 사람에게 나는 그런 모습으로 보였나라는 생각이 든다. 오스칼이 군인으로 사는 것도 나 자신의 선택”이라고 제로델에 대한 순간의 떨림이 깨진 포인트를 설명했다.
김지우는 “오스칼은 자신에 대한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과연 아버지가 정한 삶을 온전히 살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분명 오스칼의 선택도 85% 이상은 본인 신념으로 살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스칼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고, 무엇보다 앙드레라는 ‘친구’가 존재했기에 전혀 외롭지 않았다. 그래서 백마 탄 왕자님은 필요 없었다.
김지우는 “제로델의 고백받은 오스칼이 여자로서 흔들리는 것 같지만, 군인으로 살면서 신념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장면과 넘버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라고 했다.
오스칼이 여성으로서의 가냘픈 마음이 든 것처럼 보이기 싫어, 제로델 역의 송재림, 성연과 함께 대사 한마디에 깊은 감정을 담으려고 계속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지우는 “제로델의 사랑도 있지만 오스칼을 향한 존경심도 담겨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오스칼이 징징대는 것으로만 들릴 것”이라며 “제로델에게 사랑한다는 대사를 흘리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제로델들과 그 장면에 대해 같이 노력하고 고민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베르사유의 장미’는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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