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세 바퀴 레이서’ 김용기(39·씨젠)가 패럴림피언의 꿈을 이뤘다.
김용기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클리시 수 부아에서 열린 도로사이클 남자 도로독주(타임 트라이얼) 스포츠등급 T1-2 경기에서 14.1㎞ 코스를 29분41초83의 기록으로 통과했다.
장애가 더 심한 T1등급으로 팩터(장애등급에 따른 시간 조정)를 받은 김용기의 최종 기록은 25분58초03. 12명 중 10위를 기록했다.
김용기는 몸을 가누기 힘든 선수들이 타는 트라이-사이클을 탄다. 앞바퀴는 하나, 뒷바퀴는 2개다. 2020 도쿄 패럴림픽 티켓을 아쉽게 놓친 김용기는 마지막으로 패럴림픽 쿼터를 따내며 극적으로 파리에 왔다. 트라이-사이클 한국 선수로는 첫 패럴림픽 출전의 역사를 썼다.
김용기는 비장애인인 신익희 코치와 함께 힘차게 초반 레이스를 펼쳤다. 장애등급이 가장 낮은 종목들은 차량으로 선수를 보호하거나, 페이스메이커가 같이 달릴 수 있다. 후반부에는 홀로 달렸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페달을 밟았다.
김용기는 출생 직후 뇌병변 장애를 입었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도 넘어지고, 넘어지면서 두발자전거를 배울 만큼 의지가 강했다. 20대 후반에야 검정고시를 통해 나사렛대에 진학한 그는 재활을 위한 운동을 하다 사이클을 접했다. 그리고 불혹이 되어 마침내 패럴림픽에 나서게 됐다.
경기를 마친 그의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물도 혼자 마시기 힘들 정도로 장애가 심해 입도 바짝 말랐다. 하지만 꿋꿋하게 사이클에 오른 채로 인터뷰에 응했다.
의사소통이 힘든 김용기는 이영주 감독을 통해 소감을 밝혔다. 김용기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순위가 잘 나오면 좋지만, 첫 경기 완주한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영주 감독은 “패럴림픽에 대한 기대가 컸고, 도쿄에서 못 나갔기 때문에 아쉬워했다. 잘 달렸지만, 세계의 벽은 높은 것 같다”고 했다.
끝은 아니다. 7일 개인 도로 경기가 남아 있다. 2026년 나고야-아이치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정식 종목 채택 가능성도 있다.
이영주 감독은 “같은 등급 선수 중에서도 장애가 가장 심하다. 이번 패럴림픽을 계기로 많은 선수가 발굴되길 바란다. 김용기가 선구자가 되어 후배 선수들에게 노하우도 전수할 수 있을 것이다. 2년 뒤 아시안게임도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기는 ‘다음 패럴림픽도 나서겠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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