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뛸 수 있다. 출루만 하면 적립이다. 올시즌 메이저리그(MLB)의 최대 이슈 메이커, 물론 좋은 의미로 그렇다. 바로 50-50을 겨냥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30·LA다저스)에 대한 바람을 써볼까 한다.
야구계에서 감독, 코치가 늘 하는 말이 있다. 분명 경험에 기반을 둔 발언이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것. 딱히 부정할 이유가 없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단 슬럼프가 오면 출루율도 덩달아 떨어진다. 타격감이 떨어지면 안타를 못치고, 선구안이 나빠지면 볼넷으로 나가는 빈도수도 따라서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시즌 오타니는 예외다. 홈런을 못 쳐도 안타는 줄곧 때려낸다. 볼넷? 그건 아마도 조만간 투수들이 알아서 헌납할 예정이다.
볼넷으로 1루는 양보해도, 홈런으로 홈플레이트까지 내주고 싶은 투수는 없다. 게다가 오타니에게 홈런을 맞으면 희생자(?)로 두고두고 리플레이 될 게 뻔하다.
오타니의 ‘50-50’ 도전 소식이 여기저기서 많이 노출된 탓에, 야구팬 아닐지라도 이제는 많이들 아는 상황이다. 오타니는 홈런을 쳐도 뉴스에 나오고, 치지 못해도 전파를 탄다.
오타니는 4일 현재 44홈런 46도루를 작성중인데, 남은 경기는 24개. 지금까지의 추세를 대입하면 50-50은 돌파 가능한 영역이다.
하지만 인생 포함, 모든 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전대미문’의 대기록 역시 쉽게 허락되지 않을 여지가 많다. 부상, 견제, 아홉수, 그리고 이 모든 걸 믹싱한 부담 등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심지어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시련은 필수 조미료다.
과연 오타니는 140년 ML 역사상 최초로 50-50 클럽의 첫 문을 열어젖히며 만장일치로 개인 3번째 MVP자리에도 앉을 수 있을까.
긍정적인 건, 우선 서두에 밝힌 것처럼 그의 다리가 건재하다. 안타든 볼넷이든 꾸준히 출루중이다. 지난 3일 애리조나전에서 보여준 한경기 3도루처럼, 조금의 기회만 보여도 다음 베이스는 오타니의 발아래 놓인다. 그날 오타니는 2,3루 연속 도루까지 성공하며 상대 배터리를 힘빠지게 했다.
개인적으로 50-50 달성에 있어 도루만큼은 안심해도 좋다고 본다. 잔여 경기는 24개인데, 남은 도루는 4개뿐(?)이다. 빠르면 이번주 내에 마무리하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문제는 아무래도 홈런이다. 오타니의 방망이 파워와 기술, 그리고 정확도는 인정한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우려할 부분이 있다.
홈런은 도루와 달리 상대가 피해 갈 구석이 많다. 특히 막판으로 갈수록 상대가 정면승부를 마다할 공산이 높아진다. 눈에 띄게, 때로는 거의 눈에 띄지 않게 투수는 투구할 수 있다.
투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배리 본즈가 한창일 때 상대팀은 심지어 만루 상황에서도 그를 거른 적도 있다. 장타를 맞을 바엔 그냥 1점 주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
올시즌 남은 경기에서 오타니를 상대할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눈 한번 질끈 감고 피해 갈 수 있다. 승패를 두고 자신의 자존심보다 현실적으로 팀을 생각할 필요도 있다.
막상 피해가기가 시작되면 아무리 날고기는 오타니라도 홈런을 치기 힘들다. 투수의 공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와야 타자는 타구를 담장 너머 날릴 수 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난 타구를 홈런으로 연결하는 건 어떤 천재 타자라도 어렵다.
오타니에도 타개책은 있다. 시즌 종료에 임박하지 않을 때 홈런을 몰아치면 된다. 즉 피하기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전에, 일찌감치 홈런공장을 열심히 가동하는거다. 아직 24경기 남았으니 차곡차곡 쌓을 기회는 충분하다. 6개만 더 추가하면 숙제(?) 끝이다.
이는 미국에서 4대 프로스포츠에 통달한, 지금은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전문가로 활약 중인 손건영 스포티비 해설위원의 조언이다. 특히 최근 들어 그가 계속 강조하는 내용이다.
손 위원의 우려처럼, 잔여 경기가 한 자릿수 이하로 줄어들면 상대팀 견제는 훨씬 강해진다.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손 위원은 “잔여 경기가 10경기 이하로 줄어들기 전에, 오타니의 홈런 개수가 50개 언저리까지는 가야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이도류’ 오타니는 타구에 힘을 실을 줄 아는 타자다.
MLB에 와서 레그킥을 버리고 토탭 타법으로 바꿨지만, 강력한 힙턴과 허리회전으로 타구를 멀리멀리 보내버린다. 배꼽이 목표를 향해 휙 돌아나오는 순간적 힘이 어마어마하다.
그러면 안 넘어갈 듯한 타구도 담장을 찾아 넘어간다.
오타니의 스윙과 타구의 궤적을 맞물려 보면 느껴진다. 오타니가 무조건 세게 쳐 넘기는 게 아닌,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 장착한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했을지도 감지된다.
손 위원은 “인성이 좋다”라는 이유로 오타니의 50-50을 응원하는데, 개인적으론 얼굴 잘생김(?)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 야구 실력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오타니는 지난 3월 ML개막전을 위해 고척돔을 찾았을 때 “한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며 “한국에서 뛸 수 있어 정말 기쁘다”라고 했다. 국내야구팬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LA다저스의 올시즌은 오는 30일 콜로라도 전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과연 오타니가 조만간 50-50클럽에 입성해 아무도 가지 못한 새 영역에 화려한 깃발을 꽂고 환호할지, 아니면 163번째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탄식을 내뱉을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오랫동안 기억날 이야깃거리가 많은 ML시즌이 될 건 틀림없다.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