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키워드는 대중성이다.

예술성이 짙은 영화를 주로 선정했던 BIFF의 올해 개막작은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미남 배우 강동원과 연기력과 대중성을 겸비한 박정민 투톱이다. 박찬욱 감독이 집필하고 제작을 맡았으며, 김상만 감독의 신작이다.

OTT 작품인데다가 대중성이 짙다는 점에서 파격이란 평가가 나온다. BIFF가 넷플릭스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택한 건 처음이며, 상업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도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 이후 15년 만이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2일 열린 제29회 BIFF 컨퍼런스에서 “넷플릭스 영화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고 작품 자체를 보고 결정했다. 역대 개막작 중 가장 대중적”이라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의견이 양분됐다. 대중성을 너무 확보하려다 영화제의 독립예술 영화가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영화제영화의 전통적인 가치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축제로 향해가는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젊은 영화인일수록 BIFF의 변화를 반기는 모양새다.

30대 한 영화감독은 “BIFF는 영화 축제다. 그간 예술성에 너무 치우친 영화들이 즐비했다. 대중과 관객이 없으면 영화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균형감 있게 대중성 있는 영화와 예술성 있는 영화를 고루 분배함으로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전, 란’ 선택은 환영할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BIFF는 한국 영화계가 어려운 실정에서 개막작 ‘전, 란’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팬데믹19 이후 한국 영화계는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촬영 중인 작품이 너무 적다. 신작이 없어 내년 한국 영화 라인업은 20편 내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화 콘텐츠 대표 기업인 CJENM은 박찬욱 감독 신작 ‘어쩔수가 없다’ 외에 투자한 작품이 없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제작된 작품 중 초청해야 하는 영화제 입장에선 재료가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전, 란’ 수준의 규모 있고 대중이 관심 가질만한 작품을 선택한 건 자연스럽다는 의견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BIFF가 아시아 영화제로 부흥하는 사이 한국 영화와 너무 멀어진 감이 있다. 오히려 한국의 상업 영화 감독들이 배제되는 풍토도 있었다. 한국 영화인들이 홍보도 하고 효과를 얻어야 여러 시너지가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BIFF는 OTT 작품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지난해에도 넷플릭스와 디즈니+, 티빙 작품이 전면적인 홍보를 했다. OTT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예술성이 짙은 독립 영화를 소개하는 힘은 줄어드는 분위기라는 게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BIFF는 새로운 신인 발굴과 의미 있는 영화 소개는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결국엔 균형감이 중요하다. ‘와이드 앵글’ 섹션과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 등 신인과 예술 영화를 소개하는 부분은 그대로 존재한다. 다만 마케팅 차원에서 관심 가는 작품을 소개해서 지나치게 대중적인 흐름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더 많은 관객이 와야 신인 감독도 찾아보게 된다. 관객과 함께하는 축제의 기조는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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