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정다워 기자]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복귀전이 충격의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홍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0-0 비겼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와 복귀전을 치렀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과 무승부를 거두며 물음표를 남겼다.
전반전은 쉽지 않았다. 한국은 최전방에 주민규를 내세우고 좌우에 손흥민과 이강인을 배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정우영이 선 가운데 황인범과 이재성이 2선에 자리했다. 포백은 설영우와 김영권, 김민재, 황문기로 구성됐다.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팔레스타인의 수비 벽은 견고했다. 4-4-2 포메이션으로 수비 블록을 쌓은 팔레스타인은 수비 상황에서 촘촘하게 간격을 좁혀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전 볼 점유율에서 78.7%를 기록하며 사실상 경기를 지배했지만 슛은 6회에 그쳤다. 골대 안으로 향한 유효슛은 단 1회에 불과했다. 그만큼 공격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미드필드에서는 실수가 연이어져 역습을 맞다 반칙을 범해 프리킥을 허용하는 장면도 자주 나왔다. 세트 피스에서는 팔레스타인에게 헤더를 허용하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결정적인 장면도 전반 막바지에 나왔다. 전반 40분 이강인이 왼쪽에서 황인범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한 후 오른발슛을 시도했다. 골키퍼 선방에 막히기는 했지만 득점에 근접한 플레이였다. 전반 42분에는 이강인의 침투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절묘한 트래핑 후 왼발슛을 시도했다. 옆 그물에 걸리며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치자 홍 감독은 하프타임에 스트라이커에 변화를 줬다. 주민규가 빠지고 장신 스트라이커 오세훈이 들어갔다.
스트라이커 교체 후에도 공격은 쉽게 풀리지 않자 후반 12분 이재성을 빼고 황희찬을 투입했다. 황희찬이 오세훈과 투톱을 구성하는 4-4-2 형태로 변화했다.
공격 숫자를 늘리고 이강인의 볼 터치가 많아지면서 공격이 흐름을 타며 후반 15분 기회를 만들었다. 오세훈, 손흥민을 거쳐 이강인이 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았다. 이강인은 왼발로 감아찼지만 공은 골대 위로 살짝 넘어갔다.
이강인의 발끝에서 좋은 장면이 이어졌다. 후반 19분 이강인이 오른쪽 중앙 지역에서 박스 안의 오세훈을 향해 정확한 얼리 크로스를 올렸다. 오세훈은 정확한 헤더로 슛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21분 변수가 발생했다. 레프트백 설영우가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이명재가 대신 들어갔다. 동시에 황문기가 나가고 황재원까지 투입했다. 양쪽 사이드백를 모두 교체했다.
이강인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졌지만 좀처럼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후반 28분에는 이강인이 직접 얻은 프리킥을 아크서클 정면에서 환상적인 왼발슛으로 연결했지만 이번에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34분 이강인이 다시 기회를 만들었다. 수비 지역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왼쪽에 선 손흥민을 향해 정확한 공간 패스를 연결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트래핑이 길어 골키퍼에 막혔다. 이강인은 후반 38분에도 박스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오세훈의 헤더를 도왔지만 또 골키퍼가 선방했다.
홍 감독은 후반 40분 마지막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황인범을 빼고 이동경을 넣어 공격에 무게를 뒀다.
후반 42분 이강인이 환상적인 침투 패스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손흥민에게 정확하게 연결했다. 손흥민은 골키퍼를 지나쳐 슛을 시도했지만 옆 그물을 때렸다.
추가시간이 8분이나 주어졌지만 한국은 끝내 득점하지 못했다. 이강인의 원맨쇼에도 손흥민의 존재감이 희미했고, 결정적인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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