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대한민국 카누 역사상 최초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은 최용범(27·도원이엔씨)이 첫 경기를 기분 좋게 마쳤다. 시련을 딛고 나선 패럴림픽 무대. 출발이 나쁘지 않다.

최용범은 6일(한국시간) 프랑스 베르 쉬르 마론의 스타드 노티크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카누(스포츠 등급 KL3) 남자 카약 200m 예선에서 42초42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4위에 올랐다.

카누 K3 200m 예선에는 총 10명이 출전해 2개 조로 나눠 레이스를 펼친다. 각 조 1위가 결승으로 직행하고, 나머지 8명은 준결승에서 다시 우열을 가린다. 준결승에서는 하위 2명이 탈락하고 나머지 6명은 결승에 진출해 총 8명이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사실상 2명만 탈락하는 셈이다.

예선 2조에 편성된 최용범은 6번 레인에서 출발했다. 42초42로 4위를 기록했는데, 42초21에 도착한 1위 리틀헤일즈 딜런(호주)과 격차는 0초21에 불과했다.

아쉽게 결승 직행을 놓친 최용범은 7일 오전 준결승에 나선다. 준결승을 통과하면 같은날 오후 결승에서 금메달 레이스를 펼친다.

패럴림픽 카누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장애 정도(신체 기능)에 따라 공정한 경기를 위해 ‘등급 분류 심사(Paracanoe Classification)’를 받는다. 카약에서는 남녀 KL(Kayak Level)1~KL3, 바아에서는 남녀 VL(Va‘a Level)1~VL3로 그룹을 나눠 경기를 치른다.

최용범이 출전한 KL3 등급은 몸통과 부분적 다리 기능을 사용한다. 카약 탑승 시 상체를 앞으로 구부린 자세로 패들링이 가능하고, 다리 보장구 사용도 가능하다.

최용범은 한국 카누 역사상 최초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았다. 지난 5월 장애인 카누 선수권대회에서 7위를 기록하며 파리 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비장애 카누 선수였던 그는 지난 2022년 3월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이후 부여중 시절 은사였던 주종관 코치의 권유로 장애인 카누를 시작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상태에서 다시 배에 오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중학생 선수들과 연습 경기에서 완패하며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그러나 주 코치의 지도와 응원 덕에 다시 일어선 최용범은 피나는 노력 끝에 태극마크를 거머쥐었다. 장애인 카누를 시작한 지 불과 10개월 만이었다. 이번 패럴림픽에는 개막식 기수로 나서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비장애인일 때도 선수 생활을 했지만, 그때는 항상 아쉽게 대표팀에서 탈락했다”고 말한 최용범의 목 양옆에는 오륜기 타투가 새겨져 있다. 그는 “21살 때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생각하고 새겼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의미 있는 타투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금메달만 생각하고 있다”는 각오로 생애 첫 패럴림픽에 나선 최용범은 “이제 앞만 보고 그냥 죽어라 달려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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