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활약 없이는 승리도 없다.
손흥민은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부진 끝에 무득점에 그쳤다. 손흥민의 침묵 속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를 상대로 0-0 무승부를 거두는 충격적인 결과를 손에 넣었다.
손흥민도 부진했다. 전반전에는 볼 터치 횟수 자체가 적었다. 후반전에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특히 이강인의 환상적인 침투 패스를 통해 골키퍼와 1대1 상황에 놓였지만 트래핑이 길어 슛조차 시도하지 못해 탄식을 자아냈다. 두 번째 기회에서는 골키퍼까지 제치고 슛을 날렸지만 공은 골대 안으로 향하지 않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인 손흥민에게 기대하는 장면은 아니었다.
손흥민은 홍명보호에서도 가장 중요한 선수다. 손흥민이 살아나야 전체적인 공격의 무게감도 올라간다. 왼쪽 측면을 휘젓는 손흥민의 움직임에 따라 대표팀 공격의 패턴도 달라질 수 있다.
4년 전 월드컵 예선에서 손흥민은 ‘중동 킬러’였다. 당시에도 한국은 최종 예선에서 중동 국가들을 연이어 만났다. 이란,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을 상대했다. 손흥민은 시리아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고, 이란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라크를 상대로 추가골을, 이란과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선제결승골을 넣었다. 한국의 카타르로 가는 길이 수월했던 배경에는 손흥민의 4골이 있었다.
이번 예선에서도 한국은 팔레스타인, 오만뿐 아니라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등 중동 5개국과 한 조에서 경쟁한다. 손흥민이 4년 전처럼 중동 킬러의 면모를 보인다면 북중미월드컵행 티켓은 더 수월하게 손에 넣을 수 있다.
현재 대표팀은 위기에 놓여 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은 홈에서 야유받을 정도로 부정적인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손흥민은 “결과를 바꿀 수는 없다. 주장으로서 팀을 생각한다면 응원과 사랑을 부탁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가장 쉬운 것은 좋은 경기력으로 오만 원정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 9월 2연전을 승리 없이 마감하면 협회와 홍 감독을 향한 비판은 거세질 게 분명하다. 손흥민이 말한 대로 팀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득점해 팀을 승리로 인도하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손흥민 개인에게도 의미가 큰 예선이다. 손흥민은 지난 팔레스타인전 출전을 통해 A매치 최다 출전 순위 4위에 올랐다. 128경기로 127경기의 이영표를 따돌렸다. 손흥민은 득점 순위에서도 도약이 유력하다. A매치 48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차범근(55골), 황선홍(50골)을 추격하고 있다. 2골을 더 넣으면 황선홍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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