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선발진에 ‘차·포’를 강제로 떼인 상태로 시즌을 치렀다. 그런데 우승이다. 든든하게 자리를 지킨 ‘에이스’가 있어 가능했다. KIA ‘대투수’ 양현종(36)이 있었다.

KIA는 시즌 전 LG-KT와 함께 ‘3강’이라 했다. 그만큼 투타 전력이 탄탄했다. 실제로 정규시즌 우승을 품었다. 2위 삼성에 꽤 넉넉한 차이로 앞섰고, 17일 매직넘버가 사라졌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정규시즌 정상에 섰다.

마냥 쉽지는 않았다. 특히 선발진이 그랬다. 개막 후 악재가 줄줄이 터졌다. 이의리가 단 네 경기만 던지고 빠졌다.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

윤영철도 16경기에서 7승을 올렸으나 허리 피로골절로 7월13일 이후 자취를 감췄다. 외국인 1선발로 데려온 윌 크로우도 팔꿈치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8경기 40.1이닝 소화 후 떠났다.

‘어떻게 이럴까’ 싶은 수준이다. 그러나 KIA는 확실한 ‘비빌’ 언덕이 있었다. 양현종이다. 시즌 28경기 166.1이닝, 11승 4패 125삼진,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 중이다.

4점대 평균자책점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호투 행진을 이어가다 한 번씩 무너진 탓이 크다. 그렇다고 양현종에게 돌을 던질 팬은 없다고 봐야 한다. 부상으로 한 차례 자리를 비운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고, 지키고 있다.

토종 선발투수 가운데 이닝 1위다. 역대 두 번째 10년 연속 150이닝도 달성했다. 전인미답의 10년 연속 170이닝에 도전하고 있다. 다음 등판에서 3.2이닝만 먹으면 된다. 달성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KIA 마운드에서 1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가 딱 두 명이다. 양현종과 제임스 네일(149.1이닝)이다. 네일도 타구에 얼굴을 맞는 불운을 겪으며 자리를 비운 상태다. 사실상 양현종 홀로 팀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황동하와 김도현이라는 새로운 선발 카드가 등장하기는 했다. KIA 정규시즌 우승 원동력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마운드가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의 뒤에 ‘대투수’가 있다.

7년 전 31경기 193.1이닝, 20승 6패, 평균자책점 3.44를 찍으며 팀 통합우승 선봉에 섰다. 당시 한국시리즈에서도 완투승 포함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찍었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 싹쓸이.

세월이 흘러 30대 중반이 됐다. 최전성기와 비교하면 손색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양현종은 양현종이다. 덕분에 KIA도 다시 정상에 섰다. 이제 ‘통합우승’을 바라본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역시나 최강 선발 카드는 양현종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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