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의 임기는 2013년 시작됐다.
정 회장은 11년 동안 KFA를 이끌고 있다. 장기 집권인데 논란이 되거나 비판받은 사건은 최근 2년간 집중돼 있다. 승부 조작 축구인 기습사면을 시작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아시안컵 개최 실패와 부진,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 하계올림픽 진출 좌절,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논란까지 줄줄이 발생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KFA는 ‘국민 욕받이’로 전락했다. 정치, 사회, 경제 분야 현안을 뒤로 하고 KFA와 정 회장의 행정 능력이 대중의 안줏거리가 돼 일상에서 비판받고 있다. 더는 축구계, 체육계의 문제가 아니다. 사안이 사회 전체 이슈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유력 정치인이 붙어 정 회장의 4선 도전 여부를 묻는 지경에 이르렀다.
KFA는 체육계에서 ‘일 잘하는 조직’으로 유명했다. 예산이나 조직 규모 자체가 다른 기관과 다르고, 국민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축구대표팀을 운영하기에 더 빈틈없이 돌아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회장 체제에서 성과도 적지 않다. 최근 감독 선임으로 늘 욕을 듣지만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을 선임해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룬 게 불과 2년 전이다. 김학범 감독이 지휘한 23세 이하 대표팀의 아시안컵 우승을 비롯해 20세 월드컵 준우승, 4강 등 연령대 대표팀에서 성공적인 행보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행정은 물론이고 기술 파트까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기자단에 보내는 문자 하나도 제대로 발송하지 못해 정정하는 게 일상일 정도다. 연령별 대표팀이나 여자 대표팀 사령탑 공백이 길어지는데 추상적인 메이드인코리아(MIK)라는 기술 철학을 발표해 축구인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지 못한다. KFA 회장도 같은 사람이고, 직원도 거의 그대로인데 90점에서 낙제점을 받는 형국이다.
KFA 내부, 그리고 주요 관계자는 정 회장을 보좌하는 임원, 인물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KFA에서 요직을 담당했던 한 축구인은 “최근 KFA에서 목소리를 내고 힘을 쓰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저 회장이 하자는 대로 따른다. 축구계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인데 회장의 동떨어진 인식을 바로 잡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 회장 주변엔 예스맨뿐이다. 홍명보 전무이사 시절엔 그렇지 않았다. 행정 파트는 홍 전무이사가, 기술 파트는 김판곤 당시 기술위원장이 중심을 잡고 일했다. 그때만 해도 KFA에 큰 잡음이 있었느냐. 지금은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몸보신만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KFA 노조에서는 정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냈다. 정확히 ‘정몽규 집행부’라고 표현했다. 성명서에 이 표현이 아홉 차례 등장한다. 내부 문제를 가장 명확하게 인식하는 노조부터 정 회장과 집행부 전체를 문제 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KFA가 잘 돌아가던 시절의 리더도 정 회장이고 지금처럼 엉망이 된 시기의 보스도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의 무능력을 지적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 파국을 막지도, 막을 생각도 하지 않은 주요 인사의 실책도 언급할 수밖에 없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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