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서울예술전문대학 사진학과 출신이다. 어렸을 적 연기를 꿈 꿔보기도 했지만, 여배우와 관련된 흉흉한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부모의 반대가 심해 꿈을 접었다. 졸업 후 사진과 관련된 업무에 오래 종사했다.
20대를 그렇게 보낸 이노아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일었다. 일단 연극판으로 뛰어들었다. 소위 ‘맨 땅에 헤딩’이었다. 영화 ‘어린 신부’를 극화한 동명 작품의 주인공에 덜컥 붙었다. 연기를 배워 본 적 없는 이노아는 기존 배우들로부터 무시와 험담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던 탓이었다.
이노아는 “근무평가가 아무래도 좋을 수 없었죠. 리허설도 착실하게 했지만, 전공자에 비해서는 좋은 연기를 할 수 없었어요. 너무 배가 고픈 영역이라 아르바이트를 닥치는대로 했어요. 그 당시 저를 누가 써주겠어요. 조연출을 한 작품이 있었는데, 당시 연출님께서 저에게 기회를 주셨어요. 소년 역할이었어요. 연극하면서 연기가 많이 늘었어요. 많이 혼나고 깨졌지만, 낭만이 있었어요.”
무명배우가 연극판에서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한 회차당 5만원 이내의 출연료를 받고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펍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아르바이트도 전전했다. 그래도 기운이 좋았다. 이노아와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드라마도 찍게 됐다. ‘당신의 하우스 헬퍼’ ‘조선생존기’ ‘슬기로운 의사생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내일’ 등에 출연했다.
“아직 저를 많이 알아주시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늘 단계별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뒤늦게 연기에 뛰어들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전주영화제랑, 부산국제영화제도 다녀왔고요. 더 실력을 키워서 더 올라가야죠. 하하.”
워낙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던 덕일까 ‘해야할 일’이 가진 주제의식도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조선소를 다니지 않았어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꼭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공감도 있었다.
“저는 제목이 정말 좋아요. ‘해야할 일’이라는 게. 먹고 살려면 우리 모두 일을 해야 하잖아요. 내 가치관과 반하더라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 때가 있어요. 각종 일을 하면서 회사 문화를 충분히 알아요.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평소에 해야할 일을 충분히 하고 있느냐인 것 같아요. 회사도 좋은 인재들과 함께 일하길 원하거든요. 일을 안 해서, 혹은 너무 못해서 블랙리스트로 올라가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이노아에게 주어진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겹겹이 여름’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다녀온 뒤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제 작품이 출품되길 바랐어요. ‘해야할 일’이 저를 부산국제영화제에 보내줬죠. 운이 많이 따른 셈이죠. 요즘 영화나 드라마나 시장이 위축돼서 일이 많진 않긴 해요. 그래도 꾸준히 좋은 작품, 좋은 이야기를 많이 섭렵하면서 인간의 더 많은 감정을 알아두려고 해요.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려고 합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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