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김민규 기자] “오늘 퍼트, 저도 처음 겪었어요.”

그린에 올린 후 쳤다하면 들어간다.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본 라인에만 집중하니 ‘버디’가 거짓말처럼 쏟아졌다. 그야말로 ‘美친 퍼트감’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PLGA) 투어 통산 ‘2승’을 달성한 마다솜(25·삼천리) 얘기다. 마다솜은 “나도 놀랐다”며 다솜둥절(마다솜+어리둥절)을 시전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은 MBTI 중 대문자 ‘T’가 우승 비결 중 하나다.

마다솜은 2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6712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9개를 묶어 11언더파 61타를 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2위(10언더파 278타) 윤이나를 9타 차로 제치고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읏맨 오픈에서 정규 투어 첫 우승을 거둔 후 약 1년 만에 화끈한 우승을 맛봤다.

이날 마다솜은 샷부터 퍼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퍼트는 환상적이었다. 쳤다하면 들어갔다. 2번홀(파4) 9.1m 버디 퍼트를 시작으로 3번홀(파4)에서도 8.1m 퍼트를 성공하며 연속 버디를 낚았다. 4번홀(파5)에서는 77.1m 이글샷까지 선보였다.

후반에는 14·15번홀을 제외하고 모두 버디를 잡았다. 11번홀(파4)에서는 11m 롱 버디 퍼트를 넣었고 12번홀(파4)에서 8.6m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했다. 들어가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쥐어보인 이유다. 절정의 퍼트로 18번홀도 버디를 잡으며 올시즌 첫 승이자, 통산 2승 달성에 마침표를 찍었다.

올시즌 첫 승을 신고한 마다솜은 “오늘 전반전까지만 해도 우승 생각이 들지 않았다. 후반 시작 후 4홀 연속 버디를 하는 순간부터 ‘우승이 다가왔나’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내가 쉽게 간 적이 없었다. 17번홀 버디를 잡을 때 우승을 실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시즌 좋지 못했다. 티샷이 흔들리면서 올해 ‘톱10’에 두 번 이름을 올린 것이 최고였다.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직전 대회인 대보 오픈에서는 컷 탈락 고배도 마셨다. 한 주 사이에 180도 성적이 바뀐 셈.

마다솜은 “지난주에는 샷, 퍼트 다 안 됐고, 날씨와 환경도 안 좋았다. 컷 탈락했지만 크게 생각하진 않았다”면서 “오늘은 샷도 좋았고, 다 잘 됐다. 특히 퍼트 같은 경우는 처음 겪는 일이다. 최대한 내가 라인 본 것만 집중하고 단순하게 쳤더니 제일 잘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퍼트’ 특별 훈련이라도 한 것일까. 아니라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MBTI 중 대문자 ‘T(현실적, 이성적)’를 꼽으며 활짝 웃었다.

마다솜은 “내가 감정에 무딘 편이다. T성향이 87%다. ‘내 것만 하자’는 것이 내 신념”이라며 “올해 내 플레이에 의심도 했는데 오늘은 그런 감정이 없었다. 평소와 달리 침착했고, 감정 컨트롤이 정말 잘 된 하루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 되도 나를 믿고 쳐보자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우승”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국가대표를 지내고 프로로 전향한 마다솜은 지난해 KLPGA 투어 루키 시즌을 치렀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로 입문하는 선수들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국가대표나 프로 데뷔가 다소 늦은 편이다. 최대 목표 중 하나는 ‘롱런 하는 골퍼’다.

마다솜은 “좀 더 단단하게 프로에 데뷔하고 싶어서 늦었다”며 “내가 롱런 하고 싶은 이유는 최근 일찍 은퇴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미국 같은 경우는 선수 생활을 오래하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롱런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오늘 타수 차이보다는 우승한 것 자체가 너무 기쁘다. 올해는 내 골프가 사라진 것 아닌가 고민이 많았는데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좀 많이 생겼다”며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 메이저대회에서도 우승은 아니더라도 톱10은 노려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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