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사’ 1999년 배경으로 롯데리아·체육관 풍경 녹여내

‘대도시의 사랑법’ 김고은 의상만 200벌 넘게 준비하며 믹스

‘빅토리’ 경남 거제 배경, 이혜리 춤에 빠진 여고생 ‘찰떡’ 소화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올해 하반기 극장가 키워드 중 하나는 레트로다. 2000년대 향수 불러일으키는 ‘Y2K 영화’가 잇달아 개봉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는 1999년을 배경으로 한다. 고등학교 태권도부원 주영(박수연 분)과 소년원 학교에 다니는 예지(이유미 분)의 사랑을 담아냈다.

영화는 당시를 재현한 소품으로 가득하다. 롯데리아 점원 옷을 입은 예지 모습이나 매장은 그 시절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태권도 대회에 나선 주영이 입은 도복이나 체육관에 걸린 플래카드의 예스러운 글씨체도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소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폭력이 난무했던 체육계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주영은 코치의 폭력과 차별 때문에 태권도를 포기하는 인물로 나온다.

김고은·노상현 주연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이효리 ‘텐미닛’이 나온 2010년을 기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마트폰의 시작을 알리는 아이폰이 출시됐던 해다.

재희 역을 맡은 김고은이 입은 욘더치 모자나 오프숄드 니트 등은 그시절 청춘을 보낸 이들의 추억을 소환한다.

이언희 감독은 본지에 “20대 초반 신을 2~3일 촬영을 하는데 의상팀에서 200벌 이상 의상을 준비했다”며 “가장 중요한 게 재희 옷이었다. 여러 옷을 믹스해 보면서 충분히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혜리는 드라마 ‘응답하라1988’(2015)에 이어 10여년 만에 다시 한번 레트로에 도전했다. 지난달 개봉한 ‘빅토리’는 1999년을 경남 거제를 배경으로 한다.

춤이 인생의 전부인 필선(이혜리 분)과 미나(박세완 분)가 치어리딩을 통해 모두를 응원하고 응원받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혜리가 전국을 돌며 홍보하고 뒤늦게 입소문을 탄 덕분에 박스오피스 1위까지 올랐다.

혜리는 “저도 제 작품을 보면서 울어본 게 처음이다. 난 저 시대를 살지 않았는데 내 옛날 어떤 시절을 끄집어내는 것 같은 마음에 볼 때마다 뭉클하다”고 밝혔다.

영화계에서는 레트로를 기반으로 20~30대가 공감하고 좋아할 만한 소재에 영화의 주제 의식을 얹는 방식으로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우천사’ ‘대도시의 사랑법’ 모두 퀴어 영화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식음료나 대중음악 등 레트로에 대한 관심이 계속 힘을 얻고 있다”며 “Y2K 감성의 소구력이 여전한 것으로 판단해 다양한 소재를 접목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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