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서로 ‘배신자’라고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다. 한 때는 한솥밥을 먹은 사이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 지난한 싸움도 반 년 가까이 되고 있다.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다툼이다. 피로도 높은 싸움은 최근 재점화 됐다. 하이브 신인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시비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전쟁에 소환된 걸그룹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11일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등 가처분의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어도어 이사회는 지난 8월 27일 민 전 대표를 해임하고, 김주영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이후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사내이사직을 유지함은 물론 뉴진스 프로듀싱 업무를 그대로 맡는다고 밝혔지만, 그는 부당한 계약이라며 반발했다.

민 전 대표의 대리인은 하이브가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해 민 전 대표를 부당하게 해임한 만큼 어도어 임시주총을 열어 대표로 재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사건의 발단은 하이브의 배신”이라며 “민 전 대표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제의를 받아들여 어도어를 설립하고 뉴진스를 데뷔시켰는데, 하이브는 약속과 달리 부당한 대우와 견제를 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하이브 대리인은 “주주간계약이 해지됐기 때문에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이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대리인은 “민 전 대표는 어도어를 탈취하기 위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며 “자신은 상상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현실적 접근이다. 근본적으로 신뢰관계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25일까지 양측의 추가 의견을 받은 후 가급적 빨리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 측이 소속 신인 걸그룹 아일릿 기획 당시 뉴진스의 기획안을 제공받아 카피했다는 내부 직원의 제보를 공개했다.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의혹은 최근 국정감사 질의에 등장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이런 의혹에 대해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은 전면 부인하며 “시점상 아일릿의 콘셉트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어른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인 뉴진스와 아일릿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높다. 양팀 모두 미성년자인 멤버들이 많다. 예민한 나이의 아티스트의 멘탈 케어에 팬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앞서 민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아일릿이 뉴진스를 베꼈다며 ‘민희진 풍’, ‘뉴진스의 아류’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데뷔한 지 2개월밖에 안 된 아일릿은 순식간에 선배 그룹을 표절한 ‘죄인’이 됐다. 데뷔곡 ‘마그네틱’으로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표절 이슈로 인해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오는 21일 컴백을 앞운 아일릿 앞에 재점화된 표절 시비로 걱정하는 팬이 적지 않다.

뉴진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 전 대표는 자신과 회사의 분쟁에 아티스트와 그 가족들을 방패막이 삼으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뉴진스 지난달 11일 직접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이브를 ‘작심비판’ 했다. 그러나 민 전 대표를 ‘뉴진스 맘’이라고 칭하며 한 몸처럼 따라왔기 때문에 멤버들의 발언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긴 어렵다.

또한 인기 걸그룹 행보를 이어가던 뉴진스는 이후 각종 활동마다 민 전 대표의 해임 이슈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아이돌에겐 불필요한 부정적인 이슈다. 팬들은 “어른들 싸움에서 아이들은 누가 보호하나”, “애들이 무슨 죄냐”며 몇달 째 노심초사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걸그룹 사이의 적대적인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팬들 사이의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어 안타깝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룹들인 만큼, 현재의 법적 분쟁 이후에도 이들의 향후 활동을 위해서 감정 싸움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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