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명장 만들어드릴 수 있어요!”

호언장담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충분히 ‘명장’ 칭호를 받게 만들겠다는 장담이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뜻.

첫 번째 관문은 통과했다. 쌀쌀한 가을바람 속 마침표를 찍을 채비를 마쳤다. 이범호 신임감독을 반석 위에 세울 KIA 선수들 얘기다.

호주 스프링캠프 때였다. 감독 선임을 둘러싼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던 무렵이다.

최선참 최형우(41)를 포함한 선수들은 ‘새 감독이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보다 어떻게하면 성공적인 시즌을 치를까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최형우는 “지난해(2023년) 마무리도 아쉬웠고,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캡틴’ 나성범도 “선후배들과 정말 재미있게 훈련 중이다. 올해는 정말 자신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훈련 분위기는 매우 밝았고, 열정적이었다.

자신감이 높은만큼 걱정이 큰 것도 사실. 새 사령탑이 부임해 선수단 문화를 송두리째 흔들면, 팀 분위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KIA처럼 베테랑이 많은 팀은 더욱 그렇다.

최형우는 “선수들 분위기는 정말 좋다. 진짜 일 한 번 낼 것 같다. 두고 보시라”면서 “누구든, 새 감독으로 부임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만 유지해주면, 시즌 내 가만히 앉아만 계셔도 명장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호기로운 그의 말에 함께 웃다가 이 코치의 감독 선임 소식을 접했다.

발표 당일 오전까지도 이 사실을 몰랐던 선수들은 함박웃음과 큰 박수로 감독이 된 형님을 바라봤다.

선수단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신임감독은 “훌륭한 코치진, 선수들과 팀을 끌어갈 수 있어 무한한 영광”이라고 첫인사를 했다.

그러더니 “선수들은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하기를 바란다. 코치일 때와 똑같이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면서 밝은 타이거즈를 만들고 싶다”고 취임 일성했다.

KIA에 입단한 이래 한결같은 모습으로 팀 리더 역할을 맡은 이 신임감독은 ‘초보’ 답지 않은 운영으로 감독 데뷔 시즌에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냈다.

팀 타율은 3할(0.301·1위)을 웃돌았고, 평균자책점도 1위(4.40)를 찍었다. 외국인 투수가 부상하고, 선발진을 이끌던 왼손 영건이 릴레이 이탈했지만 KIA는 시즌 내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따냈다.

“제어하면 주눅드는 선수가 많다. 하고 싶은 야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된다”고 내다본 이 감독의 방향성과 “재미있게 야구하는 분위기만 만들어 주시면 된다”던 선수들의 바람이 일치한 결과다.

KIA 선수들의 ‘초보감독 명장 만들기’ 프로젝트는 이제 끝을 향하고 있다. ‘캔버라의 약속’은 올가을 어떤 스토리로 완성될까. 한국시리즈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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