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이하 ‘더러운 돈’)은 정통 누아르를 표방한다. ‘바람’(2009) ‘응답하라 1994’(2013)에서 보던 장난기 가득한 정우가 아니다. 삶에 쪼들리고 ‘더러운 돈’에 손대는 형사다. 파렴치한 비리 경찰 전형성을 살짝 비껴간다. 아픈 딸 수술비를 위해 거액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극 중 형사 명득 역을 맡은 정우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영화에 임하게 된 데 대해 “심플했다. 형사가 나와서 검은돈에 손을 대면서 어떤 역경을 맞이하게 될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저는 대본이 주는 뉘앙스를 중요하게 보거든요. 명득보다 이 대본 자체가 주는 섹시함이 있었어요. 중요한 게 이 캐릭터가 섹시하냐 아니냐가 중요한 건 아니었어요.”
촬영한 지 6년 만에 빛을 본 영화다. 정우는 “시간이 걸려서 나왔기 때문에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몇 년 동안 창고에 있다 나온 영화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금 스크린에서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작품이다. 음악도 너무 좋았다”고 자평했다.
누아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은 덕분이다. 자칫 딸 수술비 마련을 위해 비리 경찰이 된 설정이 도드라지지 않았다. ‘신파’로 가지 않고, 직진하는 영화는 흡입력 있게 관객을 빨아들인다.
정우는 “어쩔 수 없이 ‘더러운 돈’에 손을 대야 하는 처지가 부각되면 휴먼 드라마로 간다. 그 과정을 생략하고 3~4신 안에 배우가 감정을 터뜨려서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게 곤욕이었다”며 “저 자신을 설득하려면 저를 괴롭힐 수밖에 없는 연기 해야 했다. 매력적이면서 힘들었다. 몸이 다 녹아내릴 거 같았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혼자 끙끙 잃으며 연구했다. 정우는 “대본에 쓰여 있는 그 자체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전사(前史)가 어떠냐고 감독님께 물어보면 구차하다 싶었다”며 “원래 질문이 많은 편도 아니다. 질문이 많다는 건 캐릭터를 소화할 자신이 없단 생각에서였다. 정답은 대본에 있다. 물론 배우만 다르다”고 말했다.
촬영 때 딸 지민(유나 분) 이름 대신 실제 자신 딸 이름을 부를 정도로 몰입했다. 지푸라기라도 쥐어뜯는 심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이름이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면서 아버지로서 감정의 깊이가 깊어졌다. ‘더러운 돈’에 손 대기 위한 구조적 장치임에도 정우 마음은 거칠게 파도쳤다. 현장에서 이런 정우 손을 잡아준 건 함께 김민수 감독이었다.
“감독님한테는 두렵고 무섭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죠. 이 장면에서 이 연기를 해내야 하는데,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했죠. 그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장에 있다는 게 다행이었죠. 그렇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배우가 수렁에 빠지거든요.”
[SS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socool@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