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런던=김민규 기자] “한식이 최고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밥심은 밥과 힘이 합쳐진 말로, 실제 뜻은 ‘밥을 먹고 나서 생긴 힘’을 말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른들은 늘 ‘밥 잘 먹고 다녀라’는 말로 격려를 대신했다. 그만큼 ‘밥’에 녹아있는 정서적 의미가 대단하다.

당연한 인사처럼 물을 때도 있다. 예를 들면 T1이 ‘2024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 진출을 확정한 후 가진 ‘페이커’ 이상혁(28)과 인터뷰에서다. 파리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다.

여담을 나누며 ‘페이커’에게 “파리 음식은 어때요. 밥은 잘 먹고 다녔어요?”라고 물었는데, 예상치 못한 장문의 얘기가 이어졌다.

이상혁은 “파리에서 거위 간 요리(푸아그라)와 달팽이 요리 등을 먹어봤는데 사실 좋은 경험이었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또 팀원들과 열심히 돈을 모아서 미슐랭 2스타 식당에도 갔었는데 우리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았다. 그냥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그래도 파리가 베를린보다는 미식 문화가 있는 것 같다. 특히 파리에는 한식 문화가 잘 돼 있었다”며 “파리에서 한국 식당을 많이 다니면서 열심히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데 한식이 제일 잘 맞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잠시 한식 ‘예찬의 장’이 됐다. 어떤 한식이 맛있는지 등 짧은 대화를 나눈 후 인터뷰를 마쳤다.

그리고 재밌는 인연이 이어졌다. ‘페이커’와 한식 얘기를 나눈 덕분(?)일까, 저녁을 먹기 위해 파리에 있는 한국 식당을 찾아갔다. 해물 순두부 찌개와 불고기, 잡채, 궁중 떡볶이 등을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던 그때. 식당 문을 열고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 둘 입장했다.

‘꼬마’ 김정균 감독을 비롯해 ‘톰’ 임재현 코치와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이어 ‘오너’ 문현준,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 ‘제우스’ 최우제가 차례대로 식당에 들어섰다. 선수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누며 축하를 전했다.

식당 밖에서 현지 팬들과 사진을 찍어주느라 이상혁이 가장 늦게 들어왔다. 이상혁을 향해 “역시 한식이 최고네요”라고 하자, 그는 미소로 시그니처인 ‘엄지 척’ 포즈를 했다. 2024년 파리에서 또 한 번 기막힌 인연이 만들어진 순간이다.

여기서 T1 봇듀오 ‘케리아’와 ‘구마유시’와 한참이나 대화를 나눴다. 더욱이 ‘케리아’는 식사가 끝난 후 바로 옆 빈자리에 앉아 ‘파리 생활기’ 등 이런 저런 얘기. 열심히 연습하느라 파리를 즐기지 못했다는 푸념도 털어놨다. ‘구마유시’와도 중계진이 준비한 대형 크루아상을 먹고 ‘굿’을 외친 일 등 많은 얘기 꽃을 피웠다.

“영국에서 만나요”라는 인사로 파리 한국 식당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끝이 났다. T1 선수단은 28일 영국 런던에 도착해 11월 2일 열리는 중국 BLG와의 결승전을 준비하고 있다. 분명 런던에서도 한식을 찾았을 테다. ‘밥심’으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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