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올해는 유독 여성 감독 약진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변영주, 김한결, 박누리, 정지인, 이언희 감독 등이 TV-OTT-영화 등 매체를 넘나들며 존재감을 보였다. 이제 더 이상 남여 감독 구분짓기가 무의미한 하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 ‘화차’(2012) 연출한 변영주 감독은 첫 지상파 드라마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로 호평받았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고정우(변요한 분)가 전과를 살고 나온 뒤 10년 후 과거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다. 변 감독 특유 미장센이 돋보였단 평이 많았다.
덕분에 내년 변 감독이 SBS에서 선보일 8부작 범죄스릴러 드라마 ‘사마귀’도 관심이 높아진다. 한 여인이 20년 전 5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으로 수감된 가운데, 누군가 그녀를 모방한 연쇄 살인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현정이 연쇄살인범이자 경찰 아들을 둔 주인공 정이신으로 나와 관심을 끈다.
김한결 감독은 조정석 주연 ‘파일럿’으로 471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감독 반열에 올랐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292만 명 관객을 동원한 ‘가장 보통의 연애’(2019)에 이은 연타석 홈런이다.
‘파일럿’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가 여성으로 변장해 직장 생활을 이어가며 생기는 이야기를 다룬다. 호평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성차별 문제를 웃음으로 승화했단 점이다. 관객이 불쾌하지 않으면서 웃음과 윤리적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냈다는 평가다.
박누리 감독은 디즈니+ 8부작 드라마 ‘강남 비-사이드’로 OTT에 발을 들였다. 박 감독은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영화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조감독 출신이다. 영화 ‘돈’(2018)으로 입봉하며 관객 338만 명을 동원하며 탄탄한 연출력을 자랑했다.
지난 6일 공개된 ‘강남 비-사이드’는 강남에서 사라진 클럽 에이스 재희(김형서 분)를 찾는 형사 강동우(조우진 분)와 검사 민서진(하윤경 분), 의문의 브로커 윤길호(지창욱 분), 강남 이면에 숨은 사건을 쫓기 위해 서로 다른 이유로 얽힌 세 사람의 추격 범죄 드라마다. 개성 강한 네 배우 앙상블과 박 감독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연출이 결합되며 진득한 느와르물로 벌써 입소문을 타고 있다.
김태리 주연 ‘정년이’로 화제를 모은 정지인 감독도 주목받는다. 여성 국극이란 시대적 소재를 잘 버무려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준호 주연 로맨스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2021)으로 호평받은 바 있다. 315만 명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탐정 리턴즈’(2018)를 연출한 이언희 감독도 김고은-노상현 주연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관객 10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여성 감독 전성시대는 시대적 변화와 맞물린다. 표준계약서 도입으로 노동 시간을 준수하면서 촬영하게 됐다. 고된 노동의 벽을 넘어서면서 여성 감독이 일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됐단 분석이 나온다.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문화산업예술학과)는 “K컬처 한 축인 드라마-영화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여성 감독이 도전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이제는 맨-우먼 시대를 넘어서 퍼슨(person)의 시대가 열렸다”며 “이런 인식이 잘 정착돼 향후 촬영 현장에서 남녀 공동 연출을 볼 수 있는 시대도 머지않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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