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경원재앰배서더호텔=김동영 기자] “전 빼주세요.”
‘추추트레인’ 추신수(42)가 웃었다.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추강대엽’ 얘기에 멋쩍은 듯했다. 이승엽 감독과 이대호가 자기 앞에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강정호는 조금 뒤로 뺐다.
추신수는 SSG는 7일 인천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지난 10월 어깨 수술을 받은 추신수는 이날 오른팔에 보조기를 차고 현장에 왔다. “전 야구선수 추신수입니다”고 했다.
‘대타자’이자 ‘대선수’다. 메이저리그(ML) 커리어만 16시즌이다. 7년 1억3000만달러라는 한국인 빅리거 역대 최고액 계약 보유자. KBO리그에서도 4시즌 뛰었다. 통합우승 기쁨도 맛봤다.
치열하게 살았다. 시즌이 끝나도 스트레스는 그대로. 다음 시즌이 또 오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것이 없다. “어느 때보다 행복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며 웃었다.
묵직한 자리다. 추신수도 진중하게 자기 생각을 내놨다. 그리고 살짝 가벼운 순간도 있었다. 팬들이 말하는 ‘추강대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추신수-강정호-이대호-이승엽을 뜻한다. 팬들 사이에서 역대 최고 타자로 순위를 정했다. 최상위 리그인 ML에서 최정상급 선수로 뛴 추신수가 1위다. 강정호도 짧은 기간이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보였다.
이대호는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ML까지 갔다. 이승엽 감독은 ‘홈런왕’이지만, 빅리그 커리어가 없어 네 번째에 자리했다. 팬들이 상위 리그에 가중치를 두면서 이렇게 됐다.
추신수는 단호히 ‘아니’라고 했다. “나는 좀 빼주면 안 될까요”라며 웃은 후 “너무 부담스럽다. 정말 진심이다. 이승엽 선배님이나 (이)대호가 한 것과 비교하면, 나는 견주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그가 달라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승엽 선배님과 대호도 ML에서 미국에서 나처럼 기회를 받았다면 잘했을 것이다. 오히려 나는 한국에서 보여준 것이 없다. 미국에서 뛰었다고 전부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회의 문제 아니겠나. 이승엽 선배님과 대호에게 그 기회가 적었을 뿐이다. 똑같은 타석수로 비교하면 모를까, 내가 첫 번째는 아닌 것 같다. 이승엽 선배님은 한국 최고 타자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승엽-이대호가 제일 앞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
강정호 얘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로 물으셨으니, 나도 우스갯소리로 말하겠다”며 웃은 뒤 “강정호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후배고, 챙기는 동생이다. 한국에서는 최고였다. 미국에서는 뛴 시간이 짧다. 두 번째에 있는 건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며 웃었다.
추신수의 말대로면 ‘추강대엽’이 아니라 ‘이대추강’ 정도 되겠다. 물론 우열을 논하기 어려운 주제다. 추신수의 말처럼 동일선상에서 비교가 어려운 탓이다. 어쨌든 추신수의 결론은 “난 좀 빼달라”다. 현장에 있는 모두 웃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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