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시장 개장 직후 프랜차이즈 연쇄이동

한화 128억원 ‘큰손’ 등극에 과열조짐

치솟는 불펜투수 몸값에 각 구단 눈치게임

그룹에 손 벌리는 구단·한쪽에 쏠리는 선수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KBO리그가 다시 뜨겁다. 스토브리그의 ‘꽃’으로 불리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근래 보기 드문 ‘연쇄 대이동’으로 팬 호기심을 자극해서다.

FA는 짧게는 7년 길게는 10년 이상 KBO리그에서 활약한 선수가 이른바 고용 안정과 거액의 돈을 움켜쥘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다. 시장 평가를 받고 싶은 게 당연하고, 여러 구단이 원할경우 몸값은 상승한다. 구단은 부족한 전력을 돈으로 채울 수 있으니, 원하는 매물이 있으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영입한다. 시장논리로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한화는 FA 개장 직후 128억원을 질렀다. 유격수 심우준과 투수 엄상백(이상 전 KT)에게 각각 50억원, 78억원에 4년 계약을 안겼다. 선수 두 명에게 연평균 32억원을 지급하는 작지 않은 계약이다.

주축선수 두 명을 동시에 빼앗긴 KT는 “종신 두산맨”을 외쳤던 3루수 허경민을 4년 최대 40억원에 데려왔다. 꼭 필요한 선수인가에 물음표가 붙지만,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황재균의 기량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다.

시선은 각팀 불펜 핵심자원으로 눈길이 쏠린다. 김원중은 롯데와 4년 총액 54억원에 대형 계약을 완료했다. 장현식이 남았다. 장현식은 KIA뿐만 아니라 다른 팀의 구애를 받고 있다. 최소 40억원에서 출발한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돌고 있다.

자동 볼판정시스템(ABS)과 피치클락, 피치컴 시대에는 불펜투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리그에 손에 꼽을 만한 선발투수가 많지 않고, 경기운영이나 제구, 구위 중 두 가지 이상 갖춘 투수가 사실상 전무하다.

외국인 투수는 소위 ‘로또’로 불리고, 심도있게 논의하던 아시아쿼터제도 도입도 요원한 상태다. 불펜투수 몸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FA시장 과열을 구단이 조장한다는 사실이다. 공급이 제한적이니, 시장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공정거래 따위는 KBO리그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그간 다년계약 금지, 샐러리캡 도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정경쟁을 유도했다고는 하나, “단장 목숨 파리 목숨”이라는 보신주의 탓에 사실상 무력화됐다.

구단 경영진이 FA 자금을 직접 마련하지 않는 행태도 시장 과열을 부채질한다. 구단주 주머니만 쳐다보는 게 구단 경영진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보지 않았으니, 십수 억원씩 웃돈을 주는 것에 죄책감이 없다. 투자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감독 탓, 부상 탓으로 돌리면 그뿐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바뀔 생각조차 없는 관행이다.

구매자 형편이 이러니 선수들은 더 영악해진다. 협상대리인을 내세울 때 성과가 좋은 것은 기본이고, 수수료를 적게 받는 쪽을 선택한다.

KBO리그 대리인 제도는 사실상 FA 독점이 가능한 구조다. 구단 약점을 꿰고 있으니 협상의 달인이 될 수밖에 없고, 성과를 내다보니 선수들이 한곳으로 쏠리는 건 너무 당연한 현상이다.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포지션 선수들이 특정 에이전시에 몰려있으니, 흥정을 붙이기도 용이하다. 뒤에서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도 결국 ‘필요한 선수’라는 명분으로 예산 초과를 밥먹듯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조정 기능이 없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각 구단은 불과 1~2년 전까지 앞다투어 육성기조를 외쳤다. 이 과정에 베테랑 혹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굴욕을 겪었다.

올겨울 스토브리그는 그래서 어이가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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