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 기자] “선수들에게 고맙다.”
현역 은퇴를 결심하고 친정팀 FC서울 안방에서 그라운드에 돌아온 박주영(39·울산HD)은 동료에게 감사해했다.
박주영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서울과 원정 경기 출전 엔트리에 깜짝 합류했다. 전반 32분 강윤구 대신 교체 투입돼 전반 끝날 때까지 뛰었다.
플레잉코치 신분인 박주영은 지난 2022시즌을 앞두고 서울을 떠나 당시 사령탑이던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고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리그 6경기를 뛰었다. 이후 선수보다 코치 구실에 집중했다. 지난해엔 공식전에 참가하지 않았다.
서울 원정에 깜짝 선수로 복귀한 건 현역 은퇴를 결심하면서다. 울산 김판곤 감독은 “박주영이 공식적으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며 “애초 (올 시즌 마지막 경기인) 수원FC와 홈경기에 맞춰 (고별전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이틀 전 늦은 시간에 베테랑과 주장단이 찾아와서 박주영이 서울에서 오래 뛰었으니 인사할 시간을 줬으면 한다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박주영은 고사했다. 김 감독은 “박주영은 팀에 불편을 끼치는 것을 우려해 사양했다. 피해주고 싶지 않다더라”며 “동료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어제 훈련 전에 한 번 더 체크했고 모든 선수가 박주영의 출전을 좋게 생각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주영이 공식전 출전 엔트리에 포함된 건 울산이 17년 만에 우승 대관식을 한 지난 2022년 10월23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그해 최종전 이후 2년여 만이다. 당시 후반 교체로 투입돼 17분을 소화했다.
지난 2005년 서울에서 프로로 데뷔한 박주영은 신드롬을 일으키며 신인상을 받았다. 2008년 유럽 무대에 진출해 AS모나코(프랑스), 아스널(잉글랜드) 등 빅리거로 뛴 그는 2015년 서울로 컴백했다. 이듬해 전북 현대와 리그 최종전에서 결승골로 서울에 우승컵을 안기기도 했다. 2021년까지 그는 서울에서 프로 커리어 11시즌을 보내며 통산 314경기에 출전, 90골 32도움을 기록했다.
경기 후 만난 박주영은 “솔직히 (경기 출전을) 원한 건 아니었다. 선수 누구나 경기에 나가고 싶어 한다.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데 미안했다”며 “선수들이 먼저 감독께 얘기해줘서 고맙고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평소에도 동료와 실전 경기를 치른 것처럼 안정적인 연계 플레이를 뽐냈다. 전반 추가 시간 고승범의 선제골 땐 얼싸안으며 기쁨도 나눴다. “평소 훈련을 같이 했고 몸상태 역시 뛰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 박주영은 “선수, 코치진 및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 팀은 1-1로 비겼다. 직전 라운드에서 조기 우승을 확정한 울산이 승점 69를 마크한 가운데 서울은 승점 55로 4위를 유지했다. 2~3위는 바뀌었다. 전날 강원FC(승점 61·3위)가 수원FC(승점 53·52골·6위)에 패한 가운데 김천 상무가 이날 포항 스틸러스(승점 53·53골·5위)를 3-0으로 완파하고 2위(승점 63)로 올라섰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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