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태권도의 글로벌 성장과 더불어 디지털 시대에 맞춰 론칭한 세계태권도버추얼선수권대회가 마침내 첫발을 내디뎠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주최하는 세계태권도버추얼선수권 초대 대회가 16일 싱가포르 OCBC 아레나 스포츠 허브에서 막을 올렸다.

이 대회엔 우리나라를 포함해 23개국에서 120여 명의 선수와 개인중립자격선수(AIN), 난민팀 등이 출전했다.

WT는 1973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17세 이상)를 시작으로 1996년 세계청소년선수권(만 15∼17세), 2006년 세계품새선수권, 2009년 세계장애인선수권, 2014년 세계유소년선수권(만 12∼14세), 2017년 세계태권도비치선수권에 이어 일곱 번째 세계선수권대회를 만들어냈다.

버추얼태권도는 손으로만 하는 컴퓨터 게임과 다르게 모션 트래킹(동작 추적) AXIS 시스템과 VR헤드셋을 사용, 실제 태권도 경기와 유사하게 전신 움직임을 정교하게 추적한다. 가상 상대와 실시간 대결을 통해 제한 시간 내 상대 파워 게이지를 완전히 소진하거나 남은 게이지가 더 많은 선수가 이기는 방식이다.

이 대회는 13∼15세 유소년 혼성부부터 16∼35세 청년 남녀 개인전 및 혼성부, 36세 이상 성인 혼성부까지 3개 연령, 5개 부문으로 나눠 3전 2승제의 라운드별 경기(라운드당 제한시간 60초)로 진행된다.

특히 남녀 구분 없이 무작위로 조를 이루는 혼성 개인전은 기존 태권도 경기와 차별화한 방식으로 새로운 재미를 제공한다.

개회식엔 WT 조정원 총재와 집행위원인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 세르미앙 응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 체육계와 정관계 인사가 참석했다. 조 총재는 “디지털 융합 스포츠 시대 대비와 함께 e스포츠 올림픽 출범에 앞서 WT는 디지털 기술과 전통 태권도의 조화를 이뤄 전 세계 태권도인이 새로운 도전과 경쟁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IOC는 2025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번째 e스포츠 올림픽 게임을 개최하기로 발표했다. WT는 태권도가 대회 정식 종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태권도는 지난해 처음 개최된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에도 양궁, 야구, 체스, 사이클, 댄스, 요트, 테니스, 모터스포츠, 포트나이트(사격)와 함께 참가한 바 있다. 10개 종목 중 태권도는 유일한 격투 스포츠다.

대회 경기감독관(TD)인 양진방 WT 집행위원은 “버추얼 태권도는 기존 태권도와 기술적, 경기적 측면에서 차별화한 새로운 접근을 제공하고 있다”며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이전보다 기술적으로 더욱 발전된 시스템과 정교한 모션 트래킹을 통해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대회 첫날 청년 혼성부에 출전한 엄소현(상지여고)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4강에서 엄소현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필리핀의 자이카 안젤리카 산티아고(여성)는 싱가포르의 저스틴 페(남성)와 금메달을 놓고 혼성 대결을 펼쳐 주목받았다. 산티아고는 1, 2라운드 모두 KO승을 거두고 대회 초대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대회 1위는 3000달러, 2위는 2000달러, 3위는 1000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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