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예상대로 오타니 쇼헤이는 지난 22일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NL) MVP에 선정됐다. 그리고 기대처럼 만장일치 MVP의 영광도 안았다. 미국 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인단 30명 전원이 오타니에게 1위 표를 던졌고, 오타니는 개인 세 번째 ‘만장일치’ MVP에 등극했다.
올시즌 오타니의 활약은 메이저리그(ML)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 눈부셨다. ML 최초로 50-50클럽의 첫 문을 열어젖혔다. 50-50 달성 이후, 그 기세를 모아 60-60까지 도전했고 시즌을 54홈런 59도루의 압도적 기록으로 마감했다.
오타니의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310에 54홈런, 59도루, 13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36이다. 홈런, 타점 OPS는 NL 1위고, 타율, 안타(197개), 도루는 2위에 랭크됐다. 흠잡을 데 없는 기록이다.
만약 오타니가 올시즌의 기량으로 KBO리그에서 뛴다면 홈런을 대체 몇 개나 칠 수 있을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상상은 자유니까 야구 전문가에게 재미 삼아 물어봤다. 가까운 사람과의 편한 자리에서의 폼과 격식 없이 나눈 이야기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야구를 주시한 박용진 전 LG·삼성·한화·태평양 2군 감독은 오타니의 홈런 개수에 대해 “이승엽이 기록한 56홈런은 넘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베이스볼 사인과 시그널’ 등 여러 야구전문서적을 감수한 박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오타니는 체격에 비해 밸런스가 좋다. 하체의 축이 되는 다리가 중심을 잡으며 몸통 회전력을 극대화한다. 축이 흔들리지 않으니 공을 때리고자 하는 타점과 타이밍을 잘 가져간다”며 “공을 따라가는 콘택트가 너무 좋다. 떨어지는 변화구도 임팩트 있게 쳐낸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투수들의 각종 변화구 공략에도 잘 적응해, 최다 홈런을 치는 데 문제가 없을 거라는 예상이다.
박 감독은 멘탈과 체력 부분도 언급했다. “오타니는 멘탈이 안정적이다. 시즌 초반 통역 문제도 있었는데 잘 극복했다. 우린 사소한 문제가 터져도 흔들리는데, 오타니는 오히려 올해 최고 정점을 찍었다. 결혼 후에 더 안정감을 찾은 거로 보인다. 체력도 뒷받침한다. 특별히 아프다는 소리 없이 시즌을 마쳤다. 아프면 당장 스윙할 때 보이는데 정규시즌에선 그런 모습이 없었다”라고 했다.
박 감독은 “오타니는 인성이 좋고 한국도 좋아하는 거 같다”라며 응원했다.
단국대에서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체육학 박사이며 프로야구 해설 20여년 경력의 이용철 위원은 70개 홈런을 예상했다.
이 위원은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159경기에서 54홈런을 때려냈다. 국내에서 뛰면 20% 정도 플러스해 70개는 충분히 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혹시 국내 투수들의 구속이 느려 되레 말리지 않을까. 이 위원은 “밸런스와 파워를 갖췄으면 공이 느려 치지 못하는 건 없다. 배팅볼에도 홈런을 치지 않나”라며 “밸런스가 잡히면 포인트가 잡힌다. 어떤 구종에도 대처할 기둥이 세워지면 거기에 따라 빠른 공과 느린공의 타이밍에 맞춰 스윙하게 된다”라고 했다. 빠른공뿐 아니라 느린공 대처에도 문제없다는 설명이다.
오타니의 떨어지는 스플리터 공략을 예로 들었다. “스플리터를 때려내는 스윙궤적은 레벨에서 업스윙으로 전환한다. 업에서 업이 아니다. 저지도 그렇고 히팅 순간에 업으로 간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하체가 딱 중심을 잡은 상태에서 회전하며 히팅 포인트를 맞추는 건데 고도의 감각이다. 오타니는 기본이 된 자세에서 많은 경험까지 더하며 못 칠 공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LA다저스와 10년 7억달러에 계약한 오타니는 올해 유니폼을 갈아입자마자 희망하던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내년에는 투타 겸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개막전 등판이 목표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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